소설과 만화의 결합 ‘그래픽 노블’, “들어는 보셨나요?”
소설과 만화의 결합 ‘그래픽 노블’, “들어는 보셨나요?”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1.2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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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최근 서점가에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 인기다. 소설과 만화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으로 일반적인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룬다. 국내 독자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영미권을 비롯한 외국에선 이미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작가 닉 드르나소의 그래픽 노블 『사브리나』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면서 그 작품성을 더욱 인정받았다. 이처럼 강한 예술적 성향을 표현한 ‘작가주의 만화’인 그래픽 노블이 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룡소 장은혜 편집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청소년 및 아동 도서 쪽에서 그래픽 노블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해마다 미국 아동문학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작가에게 주는 ‘뉴베리상’(Newbery Awards)이 항상 ‘전통적인 동화’에만 상을 줬는데 2000년대 후반부터는 그래픽 노블에도 상을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말해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장점만을 가져온 장르이다. 재미나 흥미 위주의 만화와는 달리 주제나 서사적인 측면에서 문학적인 상상과 철학적인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화보다는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분명 만화의 형식을 차용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비룡소에서 출간한 젠왕의 그래픽 노블 『왕자와 드레스메이커』의 경우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아이스너 상’ 2관왕, 2019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젊은 독자상’을 수상하는 등 수상 실적이 화려하다. 왕자와 신분이 낮은 여성의 이야기를 비튼, ‘크로스 드레싱’(cross dressing)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현대의 감수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왕자와 드레스메이커』는 황인찬 시인이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추천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국내 유명 영화감독들 또한 그래픽 노블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이는 깊이 있는 서사와 흥미로운 이미지가 결합된 그래픽 노블의 장르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그래픽 노블 애호가로는 대표적으로 봉준호 감독이 있다. 그가 연출한 <설국열차>(2013)는 프랑스 그래픽 노블 『Le Transperceneige』(르 트랑스페르스네주)를 원작으로 한다.

특히 찰스 번즈의 『블랙홀』은 봉 감독이 적극 추천한 그래픽 노블로 유명세를 탔다. 1970년대 중반의 시애틀 인근 지역을 배경으로 성인의 문턱을 향해 걸어가는 고등학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정신과 육체, 욕망과 타락, 대립과 분열, 구원과 파멸 등 인간 사회의 내면을 구성하는 내재적 요소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브리나』의 경우 박찬욱 감독이 즐겨 읽은 그래픽 노블이기도 하다.

또한 그래픽 노블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창비 정민교 편집자는 “서울국제도서전을 가보면 소위 ‘독서하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만화책을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만화가 바로 그래픽 노블이다. 단순한 만화와는 달리 학습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자녀의 학업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래픽 노블이 자녀들의 사회‧문화적 소양을 쉽고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준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비에서 출간한 『올해의 미숙』이나 『기분이 없는 기분』 역시 그래픽 노블로 분류할 수 있는데, 특히 『올해의 미숙』은 황정은 소설가와 신미나 시인이 추천한 그래픽 노블로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이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의 시대상을 섬세한 문체와 감각적인 그림들로 독특한 정서를 자아내는 그래픽 노블”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책 『증언들』로 2019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시녀 이야기』가 그래픽 노블로 출간되면서 그래픽 노블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녀 이야기』는 교보문고 등 인터넷 서점 ‘그래픽 노블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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