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춘래원의 짬뽕으로 그려낸 5.18 광주민주화운동 『짬뽕』
[리뷰] 춘래원의 짬뽕으로 그려낸 5.18 광주민주화운동 『짬뽕』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1.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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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를 앞두고 출판사 ‘걷는사람’에서 윤정환 작가의 희곡 『짬뽕』을 발간했다. 희곡은 갖은 고생을 하며 살아온 '신작로'가 10년 만에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차린 중국집 ‘춘래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신작로와 형제처럼 지내는 백만식이 짬뽕 배달을 나갔다가 군인들에게 짬뽕을 빼앗길 뻔한 작은 충돌이 벌어지는데, 이 사건이 계엄령이 선포된 도시에서 군인과 충돌한 간첩의 이야기로 오인돼 뉴스에 보도된다.  

“확실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97.8%가 자장을 좋아합니다. 근데 이 새끼는 짬뽕을 좋아합니다. 뻘건 거 좋아하는 걸 보면 뼛속까지 뻘건 거 맞습니다. 빨갱이가 확실합니다.”

시작점에서 관객을 무대로 초대해 실제로 자장면과 짬뽕을 파는 등 유쾌하게 시작하는 초반부는 이 희곡의 장르를 코미디로 보이게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 희곡의 유쾌함은 웃을 수 없는 비극이 된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울고 싶은 장르가 블랙코미디라면 이 희곡의 장르를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코믹하면서도 정겨운 삶을 조각하는 동시에 1980년 광주의 비극 속에서 인간이 인간을 구하기 위해 몸부림친 숭고한 장면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이 희곡은 여러모로 그 제목인 짬뽕과 비슷하다. 갖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일상의 행복을 상징하는 짬뽕. 저렴하지만 그 어떤 음식도 부럽지 않은 맛을 낸다는 점에서 짬뽕은 평범함 속에서 발현되는 위대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짬뽕』
윤정환 지음│걷는사람 펴냄│159쪽│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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