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샷’의 우리말은 ‘낯짝 사진’?... 올바른 우리말 대체어
‘머그샷’의 우리말은 ‘낯짝 사진’?... 올바른 우리말 대체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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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다크 패턴’(dark pattern),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영어를 한글 발음대로 적은 글자로, 각각 사용자를 속이기 위해 설계된 접속 환경(인터페이스), 동물을 모으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만, 정작 기르는 일에는 무관심해 방치하는 사람이란 뜻을 지닙니다. 다만 영어 표현인 데다, 친숙한 일상용어도 아닌지라 의미 파악이 쉽지 않은데요. 최근 이런 용어들의 한글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외래어의 한글화를 진행하는 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입니다. 어려운 외국어 신조어를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국어 전문가와 외국어, 교육, 홍보·출판, 정보통신, 언론 등의 종사자로 구성된 ‘새말모임’을 통해 용어 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새말모임이 만들어 낸 우리말 대체어를 확인해 볼까요.

빌 게이츠의 피의자 사진. [사진=위키미디어]
빌 게이츠의 피의자 사진. [사진=위키미디어]

먼저 구금된 피의자의 얼굴 사진을 촬영하는 ‘머그샷(mugshot) 제도’의 우리말 대체어는 ‘피의자 사진 공개 제도’로 정해졌습니다. 본래 영어 ‘MUG’(머그)는 ‘상판대기’ ‘낯짝’ 등 얼굴을 지칭하는 속어에서 유래한 말로 그대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말은 아니었기에, 이번에 피의자 사진 공개 제도로 대체 됐습니다. 다만 용어가 널리 사용되려면 입에 잘 달라붙고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한 호흡에 읽히는 ‘머그샷’보다 말맛이 떨어지는 느낌도 듭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머그샷, 아니 피의자 사진 공개가 불법이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적으로 공개가 가능합니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 등 유명인들의 피의자 사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게이트키퍼’(gatekeeper)입니다. 문지기라는 뜻으로 언론사에서는 기사의 취사선택/송출 권한을 지닌 결정권자를 지칭하기도 하는데요. 일반적으로는 자살 위험 대상자와 자살예방센터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을 지칭합니다. 죽음의 문 앞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쉬운 우리말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우리말 대체어는 ‘생명지킴이’입니다. 한 호흡에 읽히고 의미도 직관적으로 드러나 적절한 대체어로 느껴집니다. 참고로 생명지킴이는 2011년 보건복지부가 이른바 ‘자살예방법’을 시행하면서 2012년 탄생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생명지킴이는 중앙자살예방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활동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생명지킴이가 생겨난 2012년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8.1로 2017년 24.3까지 낮아졌다가 2018년 다시 26.6으로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전광판에 띄우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최근 국회 관련 기사에 자주 언급됐던 ‘필리버스터’(filibuster)입니다. 필리버스터는 정치 세력이 약한 정당이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고의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로, 최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유치원 3법 등의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벌이면서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우리말 대체어는 ‘합법적 의사진행 저지’ 또는 ‘무제한 토론’인데요. 합법적 의사진행 저지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나타내지만, 읽었을 때 좀 늘어지는 감이 있고, 무제한 토론은 의도보다는 행위에만 집중한 느낌입니다. 참고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 최장 기록은 2016년 테러방지법(테러방지를 위해 국정원 권한 강화)에 반대한 당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12시간 31분입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을 자주 하실 텐데요. 이 말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 upp’과 ‘달리다’는 의미의 영어단어 ‘jogging’의 합성어입니다.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돼 북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운동인데요. 우리말 대체어는 ‘쓰담 달리기’입니다. 쓰담은 ‘지구를 쓰다듬어주다’라는 의미로도 해석되지만, ‘쓰레기를 담다’의 줄임말이기도 합니다. 귀여운 표현이지만 줄임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치팅데이’(Cheating Day)는 ‘(몸을) 속인다’라는 뜻의 ‘Cheating’과 ‘날(日)’이라는 뜻의 ‘Day’가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로, 다이어트 등을 위해 음식을 조절하다가 특정 날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다는 뜻입니다. 다이어트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치팅데이는 축제의 날일 텐데요. 이 말의 우리말 대체어는 ‘먹요일’입니다. 말 그대로 ‘먹는 날’이라는 뜻이죠. 우리말 표현이 입에 붙지 않거나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적지 않은데, 이 표현은 의미와 재미를 잘 살린 것 같습니다.

우리말 전문가 윤구병 씨는 책 『내 생애 첫 우리말』에서 “우리말을 되찾자고 하는 것은 맑은 핏줄을 지키자는 뜻에서 나온 게 아니야. 배달겨레, 단일민족 그런 거 아니거든. 어린아이들도 알아듣고 학교 못 간 노인네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우스갯소리도 나눌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을 찾아야 민주 세상에 가까워지지”라고 말했습니다. 외래어 남용이 소통의 단절을 낳고, 사회 발전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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