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택, 제목보고 하시지요?” 제목에 담긴 비밀
“책 선택, 제목보고 하시지요?” 제목에 담긴 비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1.16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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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책 『90년생이 온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너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독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아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문장형 제목’이라는 점이다.

최근 ‘문장형 제목’을 사용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단순히 눈길을 끄는 것을 넘어 각 분야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전에도 문장형 제목은 있었지만 이처럼 하나의 ‘현상’으로써 높은 인기를 구가한 적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소설’ ‘시’ ‘에세이’ 등 분야를 막론하고 문장형 제목을 사용한 책들이 판매 순위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 현상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문학동네 이연실 편집자는 “문장형 제목은 독자들에게 책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히 에세이의 경우 사람들이 표지와 제목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문장형 제목은 에세이 특유의 감성적인 면을 돋보이게 한다”며 “이른바 스타 작가들보단 신인들의 작품에서 이런 경향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설과 시, 에세이를 비교하면서 “소설이나 시를 쓰는 작가들은 대개 책 내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듯한 제목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제목에 여백이 있고, 그 제목이 독자들에게 어떤 문학적 상상을 하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반면에 문장형 제목은 상대적으로 책의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이슬아 작가의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히노 에이타로 작가의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창비 정민교 편집자 역시 “소설이나 시보다는 에세이에 문장형 제목의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며 “어려운 상징으로 인해 꼬아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손쉬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소설에서도 문장형 제목은 아니더라도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이나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등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제목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 문학의 경우 조금 더 재기발랄한 제목을 지으려고 한다. 가령 정원 작가의 『올해의 미숙』은 주인공 미숙이 새해부터는 부모님 곁을 떠나 홀로 서기를 하는 모습을 담은 책인데, 제목이 간결하면서도 참신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의 경향성과는 반대로 문장형 제목이 명사형 제목으로 개정돼 나오는 사례도 있다. 책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으로 유명한 김원영 변호사가 2010년에 발간한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는 지난해 『희망 대신 욕망』이라는 제목으로 개정돼 출간된 바 있다.

한겨레출판 허유진 편집자는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다혜 작가의 책 『출근길의 주문』 역시 원래 제목 중에 문장형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님이 제목이 간결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내부에서도 최근 문장형 제목이 너무 많아서 좀 식상하다는 의견이 있어 최종적으로 지금의 제목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문장형 제목이냐, 아니냐보다는 책의 제목이나 부제에 독자들의 뇌리에 남길만한 키워드를 제대로 사용했느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가령 곧 발행될 신간인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의 경우 ‘엄마’와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제목에 명징하게 녹여낸 예인데, 타깃 독자들이 책을 검색할 때 제목이 다 생각나지 않더라도 핵심이 되는 키워드로 찾아볼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장형 제목이 아무리 비일비재해도 기존 관념을 비틀어 독자들에게 어떤 신선함을 제공한다면 성공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김영민 작가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굉장히 인상적인 제목인데, ‘아침’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죽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충돌시켜 낯선 맥락을 만들어내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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