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예지 강사의 직업비하에 과민반응?… 우리사회 감수성 높아졌다
주예지 강사의 직업비하에 과민반응?… 우리사회 감수성 높아졌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1.15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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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게재한 유튜브 영상에서 직업 비하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수학강사 주예지 [사진= 유튜브]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솔직히 얘기해서 ‘가’형 7등급은 공부 안 한 거잖아요. 그렇게 할 거면 ‘지이잉’ 용접 배워 가지고 호주 가야 돼. 돈 많이 줘.” 

유명 수학강사 주예지의 지난 13일 유튜브 강의 중 발언이 연일 직업 비하 논란을 일으키며 화제다. 발언은 일파만파로 커져서 14일 대한용접협회 측에서 공개 사과를 요구했고 주 강사가 사과 영상을 올리기까지 이르렀다. 발언이 있고 난 이틀 후에도 ‘주예지’라는 검색어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2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다른 교·강사들에게서 이보다 더 심한 발언도 숱하게 들어왔다는 말이 나온다. 주예지 강사가 ‘미모 강사’로 큰 인기를 얻었기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실제로 과거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 “삼십분 더 공부하면 내 남편 직업이 바뀐다” 등의 급훈이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여졌고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교·강사들의 발언은 그저 우스갯거리였다. 

물론 그가 스타강사이기에 더욱더 큰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의 감수성이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일에 전보다 더 예민해진 것도 사실이다. JTBC 예능 ‘한끼줍쇼’에서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한 아이에게 가수 이효리가 “뭘 훌륭한 사람이 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돼”라고 한 것이 큰 감동이 되는 세상이다. 

베스트셀러 목록 또한 이러한 세상을 반영해 이효리와 비슷한 위안을 전하는 책이 유행이다. 일례로 대학 졸업 후 다니던 기업에 사표를 내고 4년째 청소일을 하는 삶을 만화로 그려낸 김예지 작가의 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독립출판물로 시작해 지난해 2월 정식 출간됐으며, 큰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었다.    

책에서 저자는 그림을 그리면서 사는 삶을 살기 위해 엄마와 같이 청소일을 시작한다. 청소일이라면 무조건 ‘안 좋은 일’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직장 스트레스와 야근 걱정이 없었으며, 원하는 시간을 조율해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게다가 수입도 나쁘지 않아 생계와 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저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산다는 데에서 생기는 불안감과 사람들의 시선이 힘들었다. 

특히, 저자는 사람들 앞에서 “청소일 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때 잘못한 것이 없었음에도 마치 잘못한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한 강연에서 저자는 “남의 시선을 어떻게 이기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이겼다기보단 견뎠어요. 마음으로 이기고 싶었지만 사실 이기질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신경은 쓰였지만 견뎠던 것 같아요. 아니라고 말한다고 정말 신경 안 쓰이는 게 아니란 걸 여러 번 겪으면서 말이죠. 근데 어떻게? 난 계속하고 싶은걸. 그래서 전 이김보단 견딤을 택했어요”라고 고백했다. 저자는 “자신의 판단에 믿음을 가지고 견뎌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시선 때문에 포기하진 마세요”라고 말한다.

지난해 교보문고와 인터파크, 예스24에서 모두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으며, 2010년부터 10년 동안 누적 판매량으로 집계한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9위를 차지한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김수현 작가도 비슷한 위안을 전한다. 김 작가는 “세상의 정답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에서 우리 사회가 좋은 대학에 나와야 하며 대기업에 가야 한다는 한가지 가치만 존중하는 이유로 한국전쟁과 반공이데올로기를 꼽으며 “더는 침략당하지 않고, 절망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6·25 심성’은 두발단속과 통금시간이라는 군대식 문화와 획일화된 통제를 따르게 했고, 반공 이데올로기는 다른 답을 논하는 것 자체를 불순하게 만들었다”며 “집단이 강요하는 한 가지 방식과 한 가지 답을 견뎌온 것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했던 우리의 생존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높은 기준의 단일화된 정답을 이야기하며 정답에 대한 병적인 찬사와 오답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을 서슴지 않는다. 그 속에서 졸지에 오답이 된 개인은 혼자 힘으로 그 부적절함을 견뎌야 한다”며 “그 결과 우리에겐 정답이 된 소수의 오만과 오답이 된 다수의 열패감으로 응축된 병적인 사회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을 “교육, 명예, 외모, 직업적 성취에서 스스로 불가능한 기준에 획일적으로 맞추도록 너무 큰 압박을 가하는 나라”라고 한 영국 저널리스트 다니엘 튜더의 말을 언급하며 “모두가 날씬할 수 없고, 모두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격일 수 없고, 모두가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갈 수는 없다. 모두가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은하철도999’에 나올 법한 비정상적인 행동일 뿐”이라며 “만약 사회가, 세상이 당신에게 어떤 정답을 강요한다면 당신은 그 이유를 물어야 한다. 합당하지 않은 정답에 채점돼 굴복하지 말아야 하며 그 정답들에 주눅 들어 스스로의 가치를 절하해서는 안 된다. 좋은 학생에는 여러 정의가 있고, 잘 사는 것에는 여러 방법이 있으며, 우리는 각자의 답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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