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해도 한 달에 130만원... “출판계는 원래 이런 건가요?”
열심히 일해도 한 달에 130만원... “출판계는 원래 이런 건가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15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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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설문지]
[사진=온라인 설문지]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1만2,458개 출판사 가운데 40대 편집자가 있는 곳은 0.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출판계가 10년 이상 편집 경력자들을 밀어내고, 늘 젊고 새로운 편집자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근본적으로 출판의 영세성 때문이라는 게 출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반적인 출판계의 영세성 외에도 저임금, 비자율적인 업무 방식, 베스트셀러에 의존한 출판풍토 등이 노련하고 경륜 있는 편집자들을 업계에서 추방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 1997년 10월 20일자 <도서신문> 기사 -

예로부터 글 쓰는 직업은 배곯기 좋은 직업으로, 글을 다루는 출판업계 종사자 역시 배부른 삶을 누리기는 어려웠다. 열악한 환경에 전문인력이 신입으로 대체되는 악순환을 거듭했던 과거의 출판업계. 그간 얼마나 달라졌을까? 출판종사자로 살만한 세상이 만들어졌을까? 안타깝게도 2020년을 살아가는 출판종사자의 삶은 여전하다는 평이 대다수다.

출판종사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트위터 ‘출판사 옆 대나무숲 메아리’에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수많은 출판인들의 글이 올라온다. “신입입니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한 달에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130(만원)뿐이네요. 출판계는 원래 이런 건가요? 비상식적이라고 느끼는 제가 잘못된 것인지” “6년 차에 옮긴 곳에서 연봉 4,000(만원), 월 10(만원) 교통비, 명절 보너스와 성과급 받았어요. 일주일에 1~3일은 회사에서 자고, 퇴근은 10시에서 2시 사이. 지금은 8년 차에 연봉 3,300(만원), 월 20(만원) 교통비. 야근은 거의 없습니다” “10년 차 3,000(만원) 주면서 인건비 많이 나간다고 짜증 내는 사장” “출판사는 연봉 적은 것도 문제지만, 수명 짧은 건 더 문제. 마흔 넘어도 붙어 있을 만한 회사가 있을까 몰라요” “우리 사장은 건물이 다섯 채인데 저자에게 밀린 인세만 2억(원). 저자도 그러하니 제작처는 어쩔” “근무시간/월급=최저임금도 안 됨. 물론 연봉제 아님” 등의 글이 즐비하다. 오죽하면 “신입 초봉이 2,300만원이라면 당신은 럭키 가이! 세후 180만원 정도 받으면 업계 평균 이상이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 말에는 온라인 상에서 출판인을 대상으로 익명의 설문조사가 이뤄지면서 출판인이 처한 암울한 현실이 일부 드러났다. 설문은 연봉과 복지 등에 관한 질문으로 이뤄졌는데, 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설문에 참여한 419명의 평균 연봉은 약 3,060만원, 특근수당과 상여금 등을 뺀 평균 월급은 약 244만원, 신입 사원 평균 연봉은 약 2,400만원이었다.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됐다’(현행법상 불법)고 응답한 인원도 전체의 14%(49명)나 됐다. 평균 연봉은 남성이 3,002만원(83명), 여성이 3,062만원(316명)이었으며, 최고 연봉은 남녀 모두 6,000만원으로 같았지만, 연차는 남녀가 각각 10년, 18년으로 차이가 있었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출판계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랐다. ‘출판계 노동 환경은 2000년에 머물러 있습니다’라는 글에서 청원인은 “(출판 인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학력 및 경력에 맞지 않는 임금을 참고 이직에 이직으로 버티면서 살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환경은 참으로 처참합니다. 대졸 신입 초봉 2,000~2,500(만원)선이며 그것조차 제대로 오픈되지 않고 ‘협의’라는 명목으로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임금으로 일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많습니다. 또한 포괄임금제로 야근 및 추가 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합니다. 또 파주(출판단지)의 경우 일산, 탄현 및 야당 인근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도무지 질 높은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라며 포괄임금제 폐지 및 야근 수당 지급을 의무화할 것과 파주 출판단지 대중교통 개선을 요구했다.

출판인들은 적잖은 노력을 통해 출판사에 입사한다. 편집인의 경우 상당수가 SBI(Seoul Book Institute) 등의 교육프로그램이나 민간 출판학교 과정 수료 후 출판사에 입사하고, 입사 후에는 저자 발굴부터 원고 윤문·교열·교정뿐 아니라 디자인 콘셉트, 마케팅 방안 논의까지 책 한권이 출간되기까지 전 과정을 도맡는다. 물론 대형출판사의 경우 분업화가, 영세 출판사의 경우 외주화되는 추세지만 그럼에도 중심추로 작용하는 편집인의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출판 편집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종이라는데, 인정은커녕 노동의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책 만드는 기쁨에 견딘다”는 국내 출판인들. “출판 일 하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 그렇게 노력한 결과가 최저임금인지 모르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한 만큼 받고 싶다”는 외침이 출판가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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