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천하의 일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많도다. 꿈에도 까마득히 생각하지 못한 오 개 조약이 어디로부터 제출되었는가? 이 조약은 우리 한국만이 아니라 동양 삼국이 분열하는 조짐을 빚어낼 것이다. (중략) 오호라! 원통하도다! 오호라! 분하도다! 우리 이천만 남의 노예가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과 기자 이래 사천 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갑작스레 멸망하고 말았는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 장지연 「오늘 목 놓아 통곡하노라 中」 <78~79쪽>
만약 정략을 고치지 않고 핍박이 날마다 심해지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인종에게 망할지언정 같은 황인종에게 욕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의론이 한국과 청국 두 나라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용솟음쳐서 위아래가 한 몸이 되어 스스로 백인들의 길잡이가 될 것은 명약관화한 형세이다. (중략) 그러므로 동양 평화를 지키려는 정의로운 전쟁을 하얼빈에서 시작하고, 동양 평화를 이야기하려는 자리를 뤼순에서 정한 뒤에 동양 평화 문제에 대한 의견을 여러분들에게 제출하노니, 깊이 살펴 주시기를! - 안중근 「동양평화론 서문 中」 <90쪽>
우리는 첫째, 편벽되지 아니한 고로 무슨 당과도 상관이 없고, 상하귀천을 달리 대접하지 않고 모두 조선 사람으로만 알고 조선만 위하며 공평히 인민에게 말할 텐데, 우리는 서울 백성만 위할 것이 아니라 조선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대신 말하려 함. 정부에서 하시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것이요, 백성의 사정을 정부에 전할 것이니, 만약 백성이 정부의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아시면 피차에 유익한 일이 많이 있을 것이요, 불평한 마음과 의심하는 생각이 없어질 것임. - 서재필 「독립신문 발간사 中」 <102쪽>
3‧1 운동 이후 우리나라에서 붓을 잡은 사람이 점차 대두하여 일간지와 월간지가 수십 종이나 된다. 그러나 합병 이후 세력이 약해졌고 또 십여 년 동안 왜놈의 전제 정치의 위세에 겁을 먹어,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못하고 써야 할 것을 도리어 지우고 말았으니, 그 상황이 지극히 불쌍하다. 신문은 때때로 압수당하고 신문사는 누차 봉쇄를 당하여 삼 개월 이상 계속 간행되는 신문은 봉황의 깃털과 기린의 뿔처럼 희귀해졌다. 오직 <매일신보> 등과 같은 총독부 기관지만 도둑놈에게 빌붙어 앞잡이 노릇을 하느라 양심을 완전히 잃고는 의병을 폭도라 하고 열사를 흉한(兇漢)이라고 부르며, 독립운동의 대열에 참가한 이는 모조리 난동을 일으키는 난민(亂民)이며 법을 어긴 불영(不浧)의 무리라고 폄하한다. 덕을 갖춘 이와 도적질을 하는 자가 거꾸로 되고, 충신과 역적의 자리가 바뀌는 것이 이처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 신채호 「하늘의 북 中」 <198쪽>
『한국 산문선 : 근대의 피 끓는 명문』
서재필 외 지음│안대회 외 편역│민음사 펴냄│460쪽│2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