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모아 4,000억... 대세가 돼버린 ‘웹 소설’
100원 모아 4,000억... 대세가 돼버린 ‘웹 소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1.14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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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열두권. 지난해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에 든 ‘소설’ 작품 숫자다. 전체 비중뿐 아니라 10위권 내 주요 순위에 포함된 작품 수도 많지 않은데, 예스24의 경우 연간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단 한권의 소설도 포함되지 않았고, 교보문고의 경우 『봉제인형 살인사건』 『돌이킬 수 없는 약속』 두권만이 각각 6위, 9위에 올랐다. ‘불황에 자기계발서가 많이 팔린다’는 말이 있듯, 소설이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인데, 반대로 웹 소설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웹 소설 시장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이는 2013년 100억원 규모와 비교할 때 40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2018년 주요 단행본 출판사 스물다섯 곳의 매출 합계가 3,474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놀라운 기록이다. 올해 역시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웹)소설 쓰면 배곯는다’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실제로 웹소설 연재 플랫폼 ‘네이버웹소설’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 연재 작가 중 연 소득 1억원 이상인 이가 스물여섯명(2018년 기준)이다. 최고 소득을 얻은 작가는 미리 보기 수입과 원고료를 합쳐 2018년에만 4억7,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커뮤니티 사이트로 시작해 웹 소설 플랫폼으로 거듭난 ‘문피아’의 경우 연 수입 5억원 이상 작가가 20~30명, 10억원 이상 버는 작가도 열명에 달한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는 2018년 하루 최대 거래액 5억원(연 거래액 2,200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9월에는 10억원을 돌파했다. 해당 플랫폼에 연재된 웹 소설 『닥터 최태수』는 지난해(8월까지) 매출 6억7,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료 콘텐츠 한 편 가격이 1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설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유독 웹 소설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종사자들은 철저한 ‘흥미’ 위주의 내용 전개를 이유로 꼽는다. 연 매출 10억원을 호가하는 웹 소설 작가 ‘산경’은 책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에서 “일반소설 작가는 ‘글’을 다루지만 웹 소설 작가는 ‘이야기’를 다룬다”며 “일반소설 작가가 완벽한 문장을 고민할 때 웹 소설 작가는 좀 더 재밌고 흥미 있는 상황을 고민한다. 일반소설이 두 시간짜리 영화라고 한다면 웹 소설은 매화마다 흥밋거리를 전해야 하는 24부작 드라마”라고 말한다. 실제로 tvN ‘김비서가 왜그럴까’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tvN ‘그녀의 사생활’ tvN ‘진심이 닿다’ MBC ‘해를 품은 달’ 등의 흥행 드라마는 모두 원작이 웹 소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처럼 흥미 유발의 끈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웹 소설은 자칫 재미를 해칠 수 있는 설명을 최소화하고 등장인물 간 대화 위주로 스토리를 빠르게 전개해 나간다. 조금만 재미가 없어져도 가차 없이 내려지는 ‘뒤로가기’ 혹은 ‘닫기’ 버튼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서다. 짬 나는 시간에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이른바 ‘스낵컬처’(과자를 먹듯 짧은 시간에 문화 콘텐츠 소비) 문화에 부합하는 점도 웹 소설의 인기 요인인데, 최근 출판사들도 이런 기류에 편승해 잇따라 웹 소설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위즈덤하우스는 ‘저스툰’, 황금가지는 ‘브릿G’를 개설했고, 도서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는 대화만으로 구성된 ‘채팅형 소설’을 서비스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언제든 독자가 작가로 변모할 수 있는 웹 소설 시장. 작가와 독자 모두 높은 참여도를 보이면서 웹 소설 시장은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다. 지난해 ‘문피아’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등의 웹 소설 연재 플랫폼이 각각 상금 7억원, 8억원, 6억2,000만원을 내걸고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열기는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웹 소설의 흥행에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의미나 깨달음보다는 자극적 줄거리 전개에 따른 ‘흥미’를 지나치게 추구한다는 우려다. 실제로 현재 인기 있는 웹 소설 대다수는 로맨스/판타지물이나 죽었던 주인공이 살아나는 ‘회귀물’, 다른 인물이나 세계에 빠져드는 ‘빙의물’ 등 킬링타임(시간 때우기) 콘텐츠가 대다수다. 다만 “웹 소설은 지하철 기다리는 시간, 친구 기다리는 몇 분의 순간에 즐기기 좋다. 다큐멘터리와 예능을 비교하지 않듯 웹 소설 자체가 지니는 가치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대세가 돼버린 웹 소설. 일반소설과 웹 소설 사이의 균형을 놓고 출판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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