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한부 판정을 극복한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마법 같은 실화 『새벽의 열기』
[리뷰] 시한부 판정을 극복한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마법 같은 실화 『새벽의 열기』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1.02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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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미클로스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오직 그만이 아주 특별하게 마련된 사격대에 진열된 모든 인형들 중에서 유일하게 총탄 세례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땅에 발을 딛자마자 군인들이 그에게 달려들어 수갑을 채우고는 그다음 날 부다페스트로 데려가 그의 이를 몽땅 뽑아버렸다.” <38쪽> 

헝가리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스물다섯 살 미클로스는 스웨덴의 한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중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음 생을 기대하며 절망할 암울한 상황이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꾼다. 의사가 뭐라 하든 난치병을 치료하고 결혼도 하겠다는 꿈이다. 

새벽만 되면 38.2도까지 오르는 열기를 삶에 대한 열정으로 바꾼 미클로스는 잔인한 운명이 남긴 상흔과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고 사랑으로 극복한다. 그는 자신처럼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헝가리 여성 117명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중 답장을 보낸 아홉명의 여성 중 릴리와 6개월 동안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그리고 기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는 우연과 우연이 겹친 여행 끝에 둘은 사랑을 통한 위대한 기적을 일으킨다.

믿기지 않을 만큼 드라마틱하지만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소설은 헝가리 유명 영화감독이자 이 책의 저자인 가르도시 피테르의 부모님의 실제 이야기다. 피테르의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가 건네준 두 개의 편지 다발에는 지독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 삶을 개척한 부모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미클로스는 어째서 살아남고자 했을까. 무엇이 그 많은 절망들을 이겨내게 했을까. 이야기는 실화이지만, 독자에게 어떤 삶이라도 긍정하게 하고 충만하게 할 마법을 선사한다. 어쩌면 막장에 갇힌 것처럼 막막한 삶을 전환할 마지막 주문이 이 책에 깃들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이재형 옮김│무소의뿔 펴냄│320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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