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하는 태도가 뿜어내는 시적 정취란 이런 것일까. 세상과 조금만 떨어지면 그 보폭만큼의 세상을 더 볼 수 있다고 믿고,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는 시인이다. 그래서일까. 이 시집은 우리의 삶과 조금 떨어져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세상에 침투하면서도 멀리서 관조하는 시인의 언어는 일반적인 시작(詩作)의 문법을 깨뜨린다.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이 시집의 부피와 질감을 느끼는 일은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멀리 가고 싶다. 더, 더, 멀리 가고 싶다”고 말하는 시인. 이 시집 또한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 내가 정말이라면
유이우 지음│창비 펴냄│112쪽│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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