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무슨 의미일까?”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무슨 의미일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2.27 09: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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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며칠만 지나면 온 국민이 한 살 더 먹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서 ‘한국식 나이’가 아닌 ‘만 나이’를 쓰자는 항변을 해보지만 보신각 제야의 종이 땡땡땡 서른세 번 울리면 그것이 마치 국회의장의 의사봉이라도 되는 듯 잠잠해진다. 또 설날 아침에 배가 고파 떡국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우리는 떡과 함께 나이 역시 먹어버렸음을 인정해버린다.

새해를 맞는 기쁨에 우울감이 섞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잇값’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나이가 한 살 늘어감에 따라 무언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부채감이 들기 때문 아닐까. 특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라는 어느 코미디언의 말처럼 꿈이나 가능성 따위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다. “봄날은 갔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정말 꿈에서도 한 발 멀어지는 것일까. 희망적이게도 나이와 꿈에는 그다지 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던 일을 시작하고도 뛰어난 성과를 이룬 사례는 참으로 다양하다.

일본의 의사 출신 작가 호사카 다카시의 책 『나이듦의 기술』에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17세에 이노우가의 양자로 들어가 양조업을 일으켜 세우는 데만 전념한 이노우 타다타카는 49세에 가업을 장남에게 물려주고 자신의 꿈이었던 천문학 공부를 시작한다. 밤낮으로 천문학을 공부한 타다타카는 55세에 일본전국지도 제작을 꿈으로 삼고 71세까지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걷는다. 결국 후대에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남긴다.

에도시대 유학자 가이바라 에키켄은 은퇴 후 70세에 본격적으로 작가 일을 시작해 85세로 사망하기까지 30여권의 책을 썼다. 대부분 명저라는 평이며, 그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약훈』과 여덟권에 이르는 『양생훈』을 각각 81세와 84세에 써냈다. 40세에 하급무사 일을 은퇴한 후 작가가 된 간자와 도코우도의 사례도 있다. 그는 76세 되던 해 권당 450장, 전 6권에 이르는 『할미꽃』을 큰 화재로 잃었으나 3년에 걸쳐 복구한다.   

타국에서 찾을 것도 없다. 번역가 김욱은 84세에 쓴 첫 책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로 작가가 됐다. 순댓국집 할아버지에서 런웨이를 활보하는 모델이 된 1955년생 김칠두 할아버지, 데뷔 2년 차 시니어 모델 최순화(77) 할머니, 구독자 34만여명을 보유한 최고령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김영원(82) 할머니,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를 불러 ‘할담비’라는 별명을 얻고 유명인이 돼 광고까지 찍은 지병수(77) 할아버지…. 올해 화제가 된 이들은 모두 70세가 넘어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서 자신의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이도 많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서양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순수이성비판』을 그의 나이 57세에 출간했고 영국의 저널리스트 겸 소설가 다니엘 디포는 59세에 역작 『로빈슨 크루소』를 써냈다. 경영학자이자 작가 피터 드러커는 60세에 책 『단절의 시대』를 발표한 후에도 95세로 타계하는 시점까지 전 세계에 통찰을 선사했다. 고대 그리스의 극시인 소포클레스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히는 『오이디푸스 왕』을 90세에 써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일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독일의 문학가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박막례 할머니는 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에서 “서른 언저리에 서니 어떤 예감이 몰려온다. 더 이상 내 인생에 반전 같은 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 대개 ‘기회’란 20대에게나 주어지는 카드 같아서”라는 손녀 김유라씨의 말에 “염병하네. 70대까지 버텨보길 잘했다”고 답한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할 시간이 좀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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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2020-01-09 16:21:27
만 나이를 쓰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나이를 먹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나이 계산방식이 만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법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 기자님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민법 6장 158조,
나이 계산 방식인 [연령의 기산점]을 살펴보면 연령의 표준계산에서 연도가 아닌 출생일, 즉 자신의 생일인 만 나이를 적용한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