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쓰다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책 속 명문장]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쓰다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9.12.26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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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일상의 발견」

다섯 살쯤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두 여자아기가 손잡고 가다가/나를 보며 살짝 웃어 보인다//아이들이 왜 웃는 걸까?/두리번거리다가 아이들처럼 나도/웃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렇구나!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웃어주었더니/아이들도 따라서 웃는 거였구나//보도블럭 틈서리에 어렵사리/뿌리 내려 꽃을 피운 민들레 몇 송이도/사람을 보며 웃어주었다.

나태주 시인을 공주에서 처음 뵙던 날, 시인과 잠깐 동안 함께하면서 나는 시인의 애정 어리고 소박한 시들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시인은 길을 지나갈 때 동네 꼬마 아이들과 마주칠 때마다 먼저 인사를 해주셨다. 그러자 아이들도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다가 나중에는 웃으며 인사를 꾸벅 하고 지나갔다. 그때 이 시가 문득 떠올랐다. <14~15쪽> 

「떠나는 너」

잘 가요 내 사랑/잘 살아요 내 사랑/이곳의 일/너무 많이 생각 말고/잊으면서 살아요/버리면서 살아요.

그해 4월은 온 세상이 분홍색 물감만을 풀어 그린 맑은 수채화처럼 환했찌만 우리 집 사람들은 바깥에 벚꽃이 핀 줄도 몰랐다. 우리 가족 눈에만 여전히 눈이 내렸다. 그날은 벚나무의 꽃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흩날리기 시작했다. 외할머니도 따뜻한 봄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으셨던 걸까, 따뜻하지만 어딘가 추운 봄바람을 타고 여느 벚꽃 잎처럼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셨다. <18~19쪽> 

「친구」

해 저문 날에/급하고 힘들겠다는 소식 듣고/급하게 찾아온 사람/오직 이 한 사람으로/나의 마지막 하늘이 밝겠습니다/따뜻하겠습니다//오직 우정이란 이름으로. 

얼마 전 잠시 부산에 다니러 갔을 때 친구를 만났다. 요즘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남자가 있다고 했다. 곧 남자친구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남자친구한테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너를 빼고는 설명이 안 되더라." 그 말을 들었을 떄의 가슴 뭉클함이란… 친구야, 참 고맙다. <57~58쪾>

「시 8」

만나기는 한나절이었지만/잊기에는 평생도 모자랐다/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독자로서 문학에 바라는 점은 복잡하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 '그냥 쉬고' 싶을 때 함꼐 할 수 ㅇㅆ는 진심이 담긴 글귀를 받는 것이지, 박식한 단어와 세련된 문학적 장치가 가득해서 시를 읽고 나서 시를 소화해냈다는 뿌듯함을 얻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힐링을 하고 싶을 뿐이다. 문학에 조예가 깊은 똑똑하고 박식한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독자들도 즐길 수 있는 시. 그를 통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시. 그게 나태주 시인님 작품의 매력이다. 국어 시간에 어렵게만 배우던 시를 누구나 향유할 수 있게 해주시는 나태주 시인님꼐 감사드린다. <141~142쪽>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나태주 (시와 그림) , 김예원 (글) 지음 | 시공사 펴냄│328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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