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자에 대한 묵은 오해를 풀다 『순자 - 예의로 세상을 바로잡는다』
[리뷰] 순자에 대한 묵은 오해를 풀다 『순자 - 예의로 세상을 바로잡는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2.25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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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때로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그른 것이 무엇인지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다. 어쩌면 이러한 종류의 담론은 판단이 어려운 영역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가 모호하거나 특정한 잣대 혹은 시선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일종의 불분명한 영역인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무엇이 세상이 생각하는 선에 반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 사실 이러한 가치 충돌이 일어날 땐 굉장히 난감하다. 내가 혹여나 살아오면서 이러한 판단에 도움이 되는 단서들을 놓치진 않았는지 시간을 거슬러 다시 되짚어보게 하는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전자의 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종교’의 영역이 아닐까. 종교의 핵심은 ‘믿음’인데 나의 믿음이 세상이 생각하는 믿음과는 판이할 수가 있으니까. 과거 ‘샘물교회 사건’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후자는 ‘전쟁’과 같은 필요악이 예가 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하지만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칼과 창을 든 승려들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사람의 본성이 선한 가, 악한 가를 판단하는 것도 이와 같다. 순자는 인간의 성품은 본래 악하다고 본다. 그리고 선한 것을 ‘인위(人爲)’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자연의 힘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순자는 ‘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에 의해서 달성될 수 있는 후천적이고 작위적인 영역으로 본다. 이를 순자는 성악 편에서 ‘화성기위(化性起僞)’라 지칭한다.

순자는 그 인위를 실현하는 바탕에 ‘예’를 들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하는데, 순자는 인간이 가진 이러한 탐욕을 성인이 만든 ‘예’로써 다스려 인위에 닿을 수 있다고 본다. 면밀하게 따지면 조금의 차이가 있겠지만 순자의 모든 학설은 공히 ‘예’로 귀결된다.

“군자가 능력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에게 배우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능력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그를 깨우쳐주는 것을 즐거워한다. 소인이 능력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그에게 배우는 것을 천하게 여기고, 능력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그에게 알려주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알아가는 재미'라는 말이 있듯이, 배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가르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어떻게 배우느냐 그리고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대한 부분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 아닐까. 순자의 사유와 통찰을 통해 화성기위의 정신과 수학(修學)의 뜻을 알아보자.

『순자 - 예의로 세상을 바로잡는다』
장현근 지음│한길사 펴냄│41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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