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 관객몰이⇩’ 놓치면 아까운 한국영화 5편
‘작품성⇧ 관객몰이⇩’ 놓치면 아까운 한국영화 5편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2.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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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올해는 한국영화가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5월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 한국영화 중 국제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작품으로 기록됐다. 국내에서 역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중적으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기생충>을 비롯해 작품성이 뛰어난 한국영화들이 많이 개봉했다. 다만 정량적인 성취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는데, 최근 <겨울왕국 2>로 촉발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이와 무관치 않다. 대형 멀티플렉스와 투자‧배급사의 물량 공세로 인해 관객들과 일찍 이별해야 했던, 혹은 뛰어난 작품성에 비해 관객들의 관심이 부족했던 한국영화들을 찾아봤다.

강상우 <김군>

영화 <김군> 스틸컷

강상우 감독의 <김군>은 ‘5‧18 역사 왜곡’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일부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영화적으로 훌륭하게 반박한 작품. 개봉 당시 <김군>은 영화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는 ‘영화사회학’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군>은 영화적으로도 훌륭한데, 기존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삼은 영화들에서 간과됐던 ‘재현의 윤리’ 측면에서 큰 찬사를 받았다. 영화는 신군부 세력에 의해 잔혹하게 학살당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 없이 역사의 비극을 재현해 평단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상영관 수가 적어 많은 관객들과 만나지 못했다.

송원근 <김복동>

영화 <김복동> 스틸컷

송원근 감독의 <김복동>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운동가로 한평생 굴곡진 삶을 살았던 김복동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 영화 역시 <김군>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비극을 재현하는 데 ‘재현의 윤리’를 충실히 지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간 위안부 문제를 다룬 상업영화에서 소녀와 할머니들이 일본군에 의해 무참히 폭행당하는 모습이 자주 묘사됐다면, <김복동>은 위안부 피해자를 ‘나약한 피해자’가 아닌 ‘강인한 평화운동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화 속 김복동 할머니의 당당한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그러나 <김복동> 역시 적은 상영관 수로 인해 많은 관객과 호흡하지 못했다.

정지우 <유열의 음악앨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컷

<유열의 음악앨범>은 그간 파격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멜로드라마를 선보였던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자 인기 배우 김고은과 정해인이 출연해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관객들의 눈물을 억지로 짜내는 최루성 멜로가 아닌 레트로 감성 멜로를 표방해 개봉 초반 흥행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영화에 극찬을 쏟아낸 평단의 반응과는 달리 장기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영화를 비판적으로 본 관객들은 ‘개연성 없는 서사’를 주요 패착으로 꼽았다. 이어 스타 배우의 이미지에만 기대 감정 몰입이 안 됐다는 평 역시 많았다. <해피엔드>(1999)와 <사랑니>(2005), <은교>(2012) 등 선 굵은 멜로드라마를 선보였던 정지우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김보라 <벌새>

영화 <벌새> 스틸컷

<기생충>에 이어 올해 한국영화 중 국제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바로 김보라 감독의 <벌새>다. 영화는 1994년을 살아낸 여중생 은희(박지후)의 성장담을 그린 영화로 ‘성수대교붕괴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김보라 감독은 이 영화로 제40회 청룡영화상 각본상을 비롯해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국제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을 수상했다. 이뿐만 아니라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초청받아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벌새>는 저예산 독립영화로 손익분기점인 6만명을 두 배 이상 넘긴 14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지만, 영화의 작품성에 비하면 관객 수가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임대형 <윤희에게>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는 레즈비언의 사랑을 다룬 멜로드라마로 김희애가 주연을 맡아 큰 화제가 됐다. 특히 임 감독은 절제된 화법과 감각적인 연출로 한국 퀴어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김희애 역시 가슴속에 아픈 사랑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윤희’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겨울왕국 2>의 개봉으로 상영관 수가 급감해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은 타지역으로 ‘원정 관람’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영화를 사랑했던 일부 관객들이 ‘N차 관람’ 등 뜨거운 성원을 보내 10만명의 관객 수를 돌파했지만, 영화의 매력에 비해 흥행 면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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