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혼밥’… 이제 외로움이 ‘대세’랍니다
‘혼술’ ‘혼밥’… 이제 외로움이 ‘대세’랍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2.23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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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출판계에 부는 ‘외로움’의 바람이 심상찮다. 지난 18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서울 마포구에서 개최한 ‘2019년 출판산업 콘퍼런스 - 결산과 전망’에서 발표자로 나선 방제환 교보문고 구매팀 차장은 ‘독서시장과 고객 트렌드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내년에 주목받을 키워드로 가장 먼저 ‘외로움’을 꼽았다. 1인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도서가 유행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또한 지난 14일 상암동 MBC에서 열린 경제콘서트 ‘2020 트렌드 대전망’에서는 책 『트렌드 모니터 2020』의 저자 윤덕환 ‘마크로밀 엠브레인’ 컨텐츠 사업부 이사가 ‘외로움의 크기가 당신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주제로 강연하며 내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역시 ‘외로움’을 꼽았다. 그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청소년)의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스마트폰의 발달을 ‘외로움’이 내년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주요 이유로 들었다. 

내년에 정말 ‘외로움’이 중요한 트렌드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연말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는 외로움을 위로하거나 외로운 감정을 잘 다루는 방법을 소개한 책들이 지난해보다 많아 보인다.

“혼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느라 지쳤기 때문에, 내가 내 감성에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 자신이 스스로 보기에 별로이기에, 내가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린다 생각하기에, 누군가 다가오면 거리를 두고 어느 이상은 늘 다가가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도 계속 사랑받으려 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서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랄 때 사람은 외로워집니다.”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中 「외로운 이유」)  

지난 9월에 출간돼 10월 둘째 주부터 12월 말까지 대형서점 주간 베스트셀러 목록 10위권에 오르고 있는 작가 글배우의 에세이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의 중심 키워드도 외로움이다.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 「마음이 외롭고 공허해지는 순간」 「가장 외로운 사람」 등 외로움을 다루는 글들이 다수다. 책에는 외로움으로 인한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게 돕는 따듯한 말들이 적혀있는데, 특히 저자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자책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감정이라고 위로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하면서도 느껴지는 외로움은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과 상대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에요.” 
“외로움은 내 옆에 아무도 없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마음의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마음의 문을 닫으면 수많은 사람과 함께 있어도 외로워져요. (중략) 외롭다는 것은 대낮에 눈을 감고 어둡다고 불 켜라고 외치는 것 같아요. 눈만 뜨면 본래 밝듯이 마음의 문만 열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습니다.” (『지금 이대로 좋다』 中

지난 10월 30일 출간돼 최근 2주 연속 대형서점 네 곳(예스24·교보문고·영풍문고·인터파크)에서 모두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 10위권에 오른 법륜 스님의 책 『지금 이대로 좋다』에는 1장부터 마지막 6장까지 장마다 외로움과 관련된 글이 수록돼있다. 저자는 공허하고 허전한 마음을 무언가로 채우려 하기 보다는 놓아버리라는 불교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둘 중의 하나. 혼자가 좋을까, 둘이서가 좋을까. 함께가 아닌 혼자 바에 가고, 혼자 극장에 가는 것.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의 시간을 독차지하는 것. 그 선택은 무엇으로 떠밀려서 하는 행동이 아니며 고통스러운 잠행도 아니다.”
“혼자 여행을 해라. 세상의 모든 나침반과 표지판과 시계들이 내 움직임에 따라 바늘을 움직여 준다. 혼자 여행을 해라. 그곳에는 없는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더군다나 여기에서도 들었던 똑같은 이야기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된다.” (『혼자가 혼자에게』 中

지난 9월에 출간돼 예스24 국내도서 순위 20위권에 9주 연속 올랐으며 교보문고에서 11월 월간 종합베스트셀러 13위를 기록한 이병률 작가의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는 외로움과 함께해야만 이뤄낼 수 있는 다양한 가치들을 전한다. 저자는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외로움을 해소하거나 극복해야 할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편견을 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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