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정신과의사 권명환의 작은 편지들 『서툴다고 말해도 돼』
[책 속 명문장] 정신과의사 권명환의 작은 편지들 『서툴다고 말해도 돼』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9.12.21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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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우리는 누구나 서툰 구석이 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감성의 뇌와 마음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죠. 얼마 전 우울증이 깊어진 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힘들어 보이시네요”라며 말을 건넸더니 “오늘은 선생님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여요”라고 하셔서 함께 한참을 웃은 기억이 있습니다. 

삶은 단 한 번뿐이어서 어느 누구도 두세 번 고쳐 살 수 없기에 우리 모두 인생에서 초보이고 신입생입니다. 우리 모두 살아가는 것이 처음이고, 완성 ‘된’ 사람이 아니라 완성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서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저는 진료실이나, 병상에서만 아니라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KNN 라디오 ‘센텀온에어’ 속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코너를 통해 많은 청취자분들을 만나왔습니다. 생방송이다 보니 실시간 소통도 가능했는데요. 저마다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모두 사랑에, 감정에, 표현에, 거리두기에 조금씩 서툰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방송하는 내내 가져온 일관된 마음은 서툴러 마음 아파하는 분들에게 “저도 서툴러서 아픔을 막거나 없애 드릴 순 없지만 덜 아프도록 대화 나누고 공감하면서 자그마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저는 이런 부분이 서툴러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어깨를 토닥여 드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계기와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누구든 자신이 서툴다는 걸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볼 수 있도록 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말로 쓰고자 했습니다. 정신분석학과 정신과학, 그리고 심리학, 한 달 약 1,500명이 넘는 분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임상 경험을 토대로 문학, 예술과 철학 같은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함께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중략)

내가 나로서 살아간 매 순간이 별이 된다면, 훗날 그 별들이 모여 아름다운 별자리가 될 겁니다. 제가 보내는 이 편지가 당신의 마음에 잉크처럼 물들어 별자리를 만들어나가는 데 조그만 밑바탕이 되길 바랍니다. <5~8쪽>

『서툴다고 말해도 돼』
권명환 지음│호밀밭 펴냄│208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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