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물고기의 색다른 '어떠함'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리뷰]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물고기의 색다른 '어떠함'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2.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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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주둥이 쪽이 뾰족하고 등지느러미 시작부의 체고가 가장 높고, 꼬리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유선형을 지니며 평균 시속 60~70㎞로 헤엄치는 물고기. '물고기계의 S라인'이라 불리는 주인공은 바로 고등어다. 고등어는 바다 밑 모래 바닥이나 수풀 사이가 아닌 오로지 물살을 헤엄치며 평생을 살아가는 '떠살이 물고기'로 등 쪽이 푸르고 배 쪽은 은백색을 띤다. 전후좌우가 모두 투명한 3차원 공간에서 숨을 곳이 없기 때문인데, 고등어의 푸른 등은 먹잇감을 찾아 배회하는 바닷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바다색과 잘 구분되지 않고, 또 은백색 배는 물 속에서 위를 봤을 때 햇빛이 투과된 수면색과 구분하기 어려워 천적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용이하다. 

고등어 맛은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일품이다. '가을 배와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 전 세계 여러 바다에 서식하고 많이 잡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먹기 어려운 생선이었다. 낚아 올리는 즉시 죽고, 죽자마자 붉은 살이 빠르게 부패하기 때문인데 오죽하면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유통 구조가 정비돼 신선도가 잘 유지되고, 각종 요리법도 개발되면서 널리 사랑받고 있다. 

뇌세포 활성 물질인 DHA가 풍부한 '등푸른 생선'의 대명사 고등어. DPA 같은 고도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다이어트에 좋고, 성인병의 원이이 되는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크다. 

이런 고등어는 주로 밤에 많이 잡힌다. 고등어가 모이도록 한밤중 불을 밝힌 후 본선 한척과 등선 두척, 운반선 세척이 선단을 이뤄 고등어를 낚는다. 어군탐지기로 위치가 확인되면 선단은 높이 200m, 길이 1㎞되는 큰 어구를 바다에 던져 고등어를 낚는데, 몰려다니는 특성 탓에 한번에 평균 10톤 정도가 잡힌다. 고등어가 잡히는 대로 운반선은 항구로 실어 나르고, 등선은 계속해서 어업에 나선다. 1980년대 어획량이 350만톤에 육박했으나, 최근에는 10~20만톤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고등어는 '사바사바'(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란 말의 탄생과도 연관이 있다. 어느 한 일본인이 나무통에 고등어 두 마리를 담아 관청에 일을 부탁하러 가는데, 도중에 어느 사람이 그게 뭐냐고 물어 "'사바'가지고 관청에 간다"고 답한 것이 와전돼 '사바사바하다'라는 표현으로 전해지게 됐다고 알려진 것. 

이런 내용을 풀어낸 저자는 30년간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온 '물고기 박사' 황선도. 그는 "천혜의 보고를 가지고서도 그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해양생물들이 통탄할 노릇이다. 우리 인간이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체면치레'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펴냈다. 해양생물 전문 박물관인 씨큐리움 한쪽 벽면에 붙은 "지구 생물의 80%는 바다에 산다. 우리는 오직 1%만 알고 있다"라는 글귀를 빌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나머지 99%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 우리가 흔히 '안다'고 생각했던 고등어, 명태, 실치, 오징어 등 친숙한 생물들의 새로운 면모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황선도 지음 | 동아시아 펴냄│324쪽│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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