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인기 시들?... 그 가치가 여전한 이유
크리스마스 캐럴, 인기 시들?... 그 가치가 여전한 이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2.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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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12월 시즌송으로 짧은 기간 울려 퍼지지만, 선율에 담긴 울림만큼은 깊고 긴 거리의 캐럴. 저작권 보호 조처가 엄격해지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부 캐럴을 무료 공개하면서 캐럴에 담긴 따스한 온기가 다시 거리를 메우고 있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돼 무료 공개된 캐럴은 총 열네 곡으로 ▲‘오 거룩한 밤’(O Holy Night) ▲‘천사들의 노래가’(Angels We Have On High) ▲‘고요한 밤’(Silent Night)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징글벨’(Jingle Bell) ▲‘오 베들레헴 작은 마을’(Oh Little Town of Bethlehem) ▲‘저 들 밖에’(The First Noel) ▲‘기쁘다 구주 오셨네’(Joy To The World) 등 아기 예수 탄생을 기뻐하는 내용의 캐럴이 대거 포함됐다. 음원차트에 오르는 등 상업적 성공을 이루는 모습은 아니지만, 캐럴의 흥겨움이 뭇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캐럴. 아기 예수 탄생을 기뻐하는 ‘노래’로 잘 알려졌지만, 사실 캐럴은 14세기 전까지 유럽 전역에서 흔히 추던 ‘춤’을 지칭했다. ‘빙글빙글 돌다’ ‘즐겁게 노래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 꺄홀(carole/프랑스어), 카롤라(carola/이탈리아어), 캐럴(carol/영어)이라 불리던 춤으로 실제로 고전 『데카메론』에는 “식사를 마치고 식탁을 치우자 여왕은 하인들을 물리고 다른 여인들, 그리고 두 청년과 함께 느릿한 템포로 캐럴을 추기 시작했다”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캐럴이 노래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1426년 이후로, 영국의 성직자이자 시인인 존 오드리(John Aidlay)가 스물다섯 곡의 캐럴 묶음집인 ‘크리스마스 캐럴들’을 선보인 이후 종교적인 색채를 띠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대거 등장하면서 ‘캐럴=음악’이란 인식이 굳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캐럴 중에서 유명한 곡을 꼽자면 1847년에 탄생한 ‘오 거룩한 밤’(O Holy Night)을 꼽을 수 있다. 정식 찬송가에 포함돼 교회 성가대가 즐겨 부르는 노래인데, 가사는 1943년 프랑스 남부 로끄모르(Roquemaure)란 마을에 사는 플라시드 개뽀(Placide Cappeau)라는 아마추어 시인이 “크리스마스 시(詩)를 지어달라”는 교구 신부의 요청을 받아 만들어졌다.

“거룩한 밤/별빛이 찬란하다//우리 주 예수님/나신 이 밤/오랫동안/죄악에 얽매여서/헤매던 우리 위해/오셨네/온 땅이/주의 나심 기뻐하며/희망의 아침 밝아오도다” - ‘오 거룩한 밤’ 일부 -

위 가사는 신부의 친구이자 로맨틱 발레 ‘지젤’의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한 작곡가 아돌프 샤를르 아당(Adolphe Charles Adam, 1803~1856)에게 전해져 곡이 붙으면서 완전한 노래로 만들어졌다. 곡을 작사한 플라시드 개뽀가 포도주 사업을 하고 신앙심이 깊지 않다는 이유로 초기에 예배에 잘 사용되지 않기도 했으나, 이후 점차 널리 알려지면서 찬송가로도 불리게 됐다.

‘고요한 밤’(Silent Night) 역시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캐럴이다. 200여 년 동안 3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될 만큼 널리 사랑받은 캐럴로, 2011년에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만큼 작사/작곡에 오랜 기간,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 것 같지만, 사실 긴 시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캐럴이라고 하기에 ‘고요한 밤’은 너무 쉽게(?) 만들어졌다. 1818년 (나폴레옹) 전쟁으로 유럽 전체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가톨릭 신부였던 독일인 요제프 모어(Joseph Mohr, 1792~1848)가 초등학교 교사이자 작곡가였던 프란츠 그루버(Franz Xaver Gruber, 1787~1863)에게 자신이 작사한 글에 곡을 붙여줄 것을 부탁하면서 그 자리에서 기타로 급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모든 것이 잠든 가운데 홀로 깨어난 사람은/믿음의 사람이자 거룩한 사람인 마리아와 요셉뿐/곱슬머리의 순결한 사내아이가/천국에서 잠을 자는구나!” - ‘고요한 밤’ 독일어 원곡 번역본 일부 -

노래는 종교 음악이 지닌 거룩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6/8박자의 흥겨운 리듬으로 구성됐는데, 이는 전쟁의 고통과 심한 기근에 시달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성탄 전야(24일)에 작은 기쁨이라도 주고 싶은 의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래는 작곡 당일 저녁 베른도르프의 성 니콜라오 성당의 저녁 미사 때 처음으로 불린 후 점차 널리 알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1914년 12월 25일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크리스마스 휴전이 이뤄졌을 때 군인들 사이에서 이 노래가 불리기도 했는데, 그 모습은 영화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에서도 그려졌다. 영화 속 연합군과 대치하는 독일군이 부르는 노래가 이 캐럴이다.

아기 예수 탄생을 기뻐함과 동시에 고통에 몸부림치며 신음하는 사람들의 평안과 안녕을 위해 ‘고요하고 거룩한 밤’을 기원했던 캐럴. 시간이 흘러 발전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밤은 과연 200여년 전보다 고요하고 거룩해졌을까? 여러 이유로 잠 못 이루는 현대인의 밤 속에서 캐럴의 가치는 여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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