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심장을 걸러 나온 여행기, 그 마음의 기록 『서툴지만 푸른 빛』
[포토인북] 심장을 걸러 나온 여행기, 그 마음의 기록 『서툴지만 푸른 빛』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2.17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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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사진과 영상이 흔한 오늘날 어떤 여행기를 읽는다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일 수 있다. 글을 읽는 대신 널려 있는 사진과 영상들을 그저 한번 쓱 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여행기를 읽어야 할까. 사진이 반, 글이 반인 이 여행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행기를 읽어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표본이다. 아이슬란드의 겨울과 노르웨이의 가을, 모로코와 필리핀의 여름, 미국과 부산의 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무수한 사진들 사이로 저자의 떨리는 심장을 걸러 나온 문장들이 마치 북쪽의 기분 좋은 찬 바람처럼 불어온다. 

[사진= 라이킷]

저자가 꿈에 그리던 첫발을 내딛는다. “여행은 온통 푸르다. 착륙 직전, 다가오는 이국의 풍경이 산란하는 빛이 되어 여행자의 심상으로 새겨질 때, 꿈이 필요 없던 백야 아래 작은 도미토리 침대 한 켠에서, 그리고 언젠가의 호숫가에서 그 빛을 맞닥뜨리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무진장 쏟아지는 이 총천연색의 싱싱한 기운에 기절할 것만 같았다.”

[사진= 라이킷]

오로라를 마주한다. “온 우주가 나를 위해 쏟아지는 밤에는. 흔들리지 않는 것이 도무지 없다. 쉽게 기뻐하거나 금세 슬퍼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왜 그러고 싶은지 이유를 잊어버렸다. 바다가 파도를 잉태하고 내가 당신을 마음에 품던 밤 온통 살아 있는 것들이 쉬이 흔들리며 저 빛이 내 것이라고 고함치던 밤이었다. 기뻐서. 살아 있는 것이 몹시 기뻐서.”  

[사진= 라이킷]

우리는 어째서 여행기를 읽어야 할까. 아마도 사진이나 영상은 정확한 마음의 기록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눈으로 본 장면들을 그저 데이터로 남기는 것과 그 장면에서 느낀 감상을 적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욱이 사진이나 영상은 어쩌면 여행이라는 사건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기 때문이리라.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음의 기록은 늘 언어와 문장을 통할 수밖에 없다. 여기 이국의 사계절과 그 꿈에 그리던 풍경을 마주한 어떤 마음이 있다.

『서툴지만 푸른 빛』
안수향 지음│라이킷 펴냄│208쪽│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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