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이 아닌 활자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음울한 죽음의 피아노 선율이다. 천희란 작가가 연주한 죽음의 선율을 감상하는 일은 독자에게 어떤 감응을 안겨주는가? 죽음을 마주한 문장에 삶과 생의 자리는 어디인가? 작가는 “십여 년이 넘는 시간을 자살사고에 시달렸다. 매일, 매 시간, 매 순간 죽고 싶다고 느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말이 지나친 과장이라거나 아예 거짓말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누가 그랬다. 죽음이 ‘느린 자살’이라고. 이런 비유로 미뤄볼 때, 작가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늘 죽음과 함께일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격렬한 죽음의 신호를 책을 통해 느껴보자.
■ 자동 피아노
천희란 지음│창비 펴냄│148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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