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박 띠? 신년운세에 돈 쓰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점들
2020년 대박 띠? 신년운세에 돈 쓰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점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2.17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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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사주·운세 시장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대목은 단연 12월과 1월이다. 이맘때면 스마트폰 운세 앱을 통하거나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 신년 운세를 보는 이들이 많다. 다가올 불안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주, 즉 생년월일시를 가지고 판단하는 운세는 그다지 정확해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서는 유명한 설화가 있다. 옛날 어느 나라 임금이 자신과 같은 생년월일시에 태어난 이를 수소문한 끝에 한 가난한 산골 노인을 찾아냈다는 설화다. 이 설화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예를 들어 왕과 같은 사주를 가진 이를 찾았는데 거지였다는 식이다. 산골 노인은 왕이 팔도에 감사를 둔 것처럼 자신도 아들 팔 형제를 두고 있으며, 아들들이 치는 벌통의 벌이 나라의 백성 수에 뒤지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거지 역시 알고 보니 거지 중에 우두머리 격이었지만 왕과 산골 노인, 그리고 거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사주의 부정확성은 설화를 넘어 현실에서도 이어진다. 우리 주변에서도 접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예는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들이 각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사례들이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주민등록번호가 같은 이들을 물색해 인생 행로를 되짚어 봤는데, 그 인생이 전혀 달랐다는 사실 역시 곱씹어볼 만 하다. 칼럼니스트 한동원은 이름난 점집들을 직접 경험해보고 써낸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에서 유명한 역술가들이 과거와 미래 예측에서 정확하지 않았던 다양한 사례들을 나열하는데, 이 역시 읽어볼 만 하다. 물론, 두 경찰관이 모두 음력 1970년 9월 29일 오전 6시에 태어났는데 입대일, 임용일, 결혼일, 승진일, 신혼여행지, 자녀 구성까지 같았다는 희귀한 사례 역시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주가 전혀 다른 이가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을 경우가 훨씬 많아 보인다.       

사주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허상이라는 실험결과도 있다. 과거 방영된 SBS 프로그램 ‘천인야화’에서는 모든 출연자에게 동일한 사주풀이를 나눠주고 ‘자신과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질문한 결과 네 명 중 한 명은 90% 이상, 한 명은 70%, 나머지 한 명은 50%라고 답했다. 혹자는 사주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사주에 머리가 명석하다’고 나오면 로젠탈 효과(칭찬의 긍정적 효과를 설명하는 용어)로 인해 정말 지능이 오른다는 것이다. 반면, 사주에서 어떤 해에 아홉수가 있다든지, 액운이 낀다든지 하는 말을 들으면 자기충족적 예언(‘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예상하면 그대로 나쁜 일이 벌이지고,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믿으면 실제로 성공으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인해 미래에 정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주가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은 올해를 돌아보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187만 회(이하 16일 기준)를 기록한 한 무당의 동영상과 여러 역술가들에 따르면 2019년 “누워만 있어도 대박 나는 띠”는 토끼띠와 양띠, 닭띠였다. 토끼띠는 1939, 1951, 1963, 1975, 1987년생이며 양띠는 1943, 1955, 1967, 1979, 1991년생, 닭띠는 1945, 1957, 1969, 1981, 1993년생이다. 자신이 이 띠들 중 하나에 속하거나 지인 중에서 해당 해에 태어난 이가 있다면 올해가 어땠는지 질문해보자. 기자의 경우 답변하는 이들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올해 29, 27살인 1991년생과 1993년생은 취업이 안 됐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막막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284만 회를 기록한 동영상에서 한 무당은 “2020년 숨만 쉬어도 대박 나는 띠”로 용띠와 닭띠, 쥐띠, 돼지띠를 꼽았다. 또 다른 무당은 쥐띠와 용띠, 소띠, 원숭이띠가, 한 역술가는 돼지띠와 말띠가 좋다고 한다. 어떤 역술가는 각각의 띠 중에서도 몇 년생은 잘 되고 몇 년생은 안 된다고 말한다. 도대체 누가 옳은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지만, 어쨌든 믿는 건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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