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일본 작가의 외침 『참된 문명은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고』
[책 속 명문장] 일본 작가의 외침 『참된 문명은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고』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9.12.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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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참된 문명은 산을 황폐하게 하지 않고, 강을 더럽히지 않고, 마을을 부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아니한다. 

돌이켜 보면 일본인이 메이지유신 이래 좇으며 이룩해온 근대 문명은 산을 황폐하게 하고, 강을 더럽히고, 마을을 부수고, 사람을 죽여 온 '문명'이었다. 과학기술의 힘으로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겨 온 '문명'이었다. 자연은 인간이 정복해야 할 대상이나 다름없었다. 
 좁은 땅덩어리에 거대한 댐이 여럿 들어섰고, 그때마다 마을은 떠밀려 통째로 옮겨 가야 했다. 하지만 거대한 댐은 사람들 목숨과 삶과 생업을 지켜 주지 않았다. 비가 예상보다 많이 내릴 때마다 댐을 지킨다며 엄청난 물을 방류해 사람의 목숨과 삶을 위협했다. 댐이 무너지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구실이었다. 사람 목숨보다 댐이 중요하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말일 것이다. 노자 『도덕경』에 "천지는 불인하니天地不仁"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자연은 지금껏 인간의 교만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다. 다만 우리 인간이 '예상 밖'이라는 말로 그 경고를 정면에서 마주 보고 교훈으로 삼기를 피해 왔을 뿐이다. <13~14쪽> 

물을 맑게 하는 데도, 먼저 자연의 정화 작용을 최대한 살릴 필요가 있다. 가령, 바지락 한 마리가 한 시간에 물 1리터를 정화한다고 한다. 강가의 갈대도 물을 맑게 한다. 바다라면 거머리말도 그렇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연의 정화 작용을 넘어서는 지경까지 물을 더럽히지는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성물질이 엄청나게 든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폭거'를 감히 실행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미나마타병을 일으킨 것과 똑같은 원리가 작용해서, 먹이사슬에 따라 해양 생물들에게 쌓인 다음, 끝내는 인간이나 큰 물고기가 해를 입지 않는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벌써, 후쿠시마 현이나 미야기 현의 바다 밑바닥이나 바닥고기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방사성물질이 확인되고 있다. 수질 오염의 영향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미래 세대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 <83~84쪽> 

1960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재택  치료로 충분하다고, 다시 말해 강제격리 정책이 필요 없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 권고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1996년에 나병예방법을 폐지할 때까지 강제격리를 계속했다. 한센병 환자가 자손을 남기지 못하도록 하는 단종 및 중절 정책도, 우생보호법이라는 법적 증명에 기대 일본국헌법 아래에서 계속 펴 나갔다. 다음 세대에게 '생명'을 잇는다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마저 빼앗은 것이다. <115쪽> 

『참된 문명은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고』
고마쓰 히로시 지음 | 오니시 히데나오 옮김 | 상추쌈 펴냄│244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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