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사랑은 혹 나르시시즘이 아닌가요? 『거울이 된 남자』
[리뷰] 당신의 사랑은 혹 나르시시즘이 아닌가요? 『거울이 된 남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2.16 1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이 고전동화들의 저자인 ‘동화의 아버지’ 샤를 페로에 대해서 아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소설은 샤를 페로가 1661년 집필한 성인을 위한 동화다. 원제목은 『거울, 또는 오랑트의 변신』. 원제 그대로 거울이 돼버린 오랑트의 이야기이자, 한 여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동화는 타인을 정교하고 빼어나게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인 ‘포르트레’(portraits)와 이 능력에 유독 빼어난 오랑트라는 독특한 인물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오랑트는 대상의 세세한 동작이며 표정을 적확한 언어로 묘파한 나머지 육체를 조종하는 영혼마저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반면,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묘사하는 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난 데 반해 기억력이나 판단력 따위의 다른 능력은 전혀 발달하지 못해 할 말 못 할 말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다 해버린다는 것이다.

오랑트의 앞에 선 누군가가 잘생겼다면 어느 곳이 잘생겼다고 정확히 말해주는 반면, 못생긴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적나라하게 그 말을 뱉어버리는 단점. 그러나 이 단점은 오히려 세상 사람들에게, 특히 여인들에게는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의 말을 바탕으로 자신의 못난 부분을 정확히 알고 더 아름다워지도록 노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한 여인의 등장으로 인해 좀 더 매혹적으로 변한다. 오랑트에게는 늘 그의 직설을 들으려는 수많은 여인들이 모여들었는데, 특히 칼리스트라는 당대 최고의 미인이 그를 유독 사랑했다. 칼리스트는 아름다운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해 타인을 사랑할 수 없었지만, 그의 아름다움을 묘파할 적확한 언어를 찾는 오랑트에게만은 반대였다. 그가 자아도취에 빠질수록 오랑트에 대한 사랑도 깊어져 갔다.         

세월과 함께 점점 깊어져만 가는 칼리스트의 사랑. 그런데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어느 날 칼리스트는 병을 앓게 된다. 아름다웠던 외모가 병으로 인해 흉측해진 칼리스트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오랑트를 만나러 가고, 오랑트의 적나라한 반응을 접한 그는 머리핀으로 오랑트를 찔러 죽여 버린다. 이후 사랑의 신은 오랑트의 시체를 그의 영혼과 닮은 거울로 만든다. 

동화는 이렇게 한 여인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모든 인간의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령 우리가 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은 연인에 대한 사랑일까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는 사랑은 오롯이 타인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자신을 비춰주는 이야기라고 했던가. 이 동화는 마치 거울처럼 우리 자신을 비춘다.       

『거울이 된 남자』
샤를 페로 지음│장소미 옮김│특별한서재 펴냄│96쪽│11,5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