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나이가 들면 느끼는 것.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구나. 연이어 드는 생각. 계속 살아서 뭘 할까? 정신 차리고 다시 드는 생각. 그래, 살아있는 동안만은 나라도 날 사랑해줘야겠다.
살다보면 어느 날 나에게 미안한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와 만날 때만 좋은 곳을 가고, 행복해했다. 사실은 그렇게 좋지도, 행복하지도 않았지만. 나만을 위해 혼자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면 문득 깨닫게 된다. 이 상태가 그다지 외롭지 않다고, 나름 괜찮다고.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일에 100%를 쏟아낼 필요는 없어. 근데 네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일엔 가끔씩 100%, 아니 110%를 쏟아내 보는 것도 나름 짜릿하고 재밌어. 근데 이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구태의연한 위로 따위는 없다. 그러니까 최선이 아닌 준최선. 준최선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보자고 제안하는 저자의 달콤한 유혹을 거절할 독자가 누가 있으랴. 저자의 준최선한 일상이 활자가 돼 지면 위에서 춤춘다. 저자의 솔직함과 날것 그대로의 일상은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 힐링의 순간을 제공한다.
소중한 기억이 지뢰처럼 계속 폭발할 수 있도록. 그러면 소중한 비밀은 일회성에서 벗어나 간헐적으로 나를 미움에서 구출할 수 있다.
저자는 “불행은 접착성이 강해서 가만히 두어도 삶에 딱 달라붙어 있는데, 소중한 기억은 금방 닳기 때문에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액자를 세워 두는 것으로 추억을 상기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꺼내 먹고 산다고 했는데! 소중한 기억을 잘 관리하라는 저자의 말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워 있는 엄마를 보니 자꾸 열려 있는 관이 생각났다. 엄마가 죽으면 나는 무너질 것이다. 엄마는 폐쇄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관에 넣고 싶지 않다. 화장해서 제주도 바다에 뿌려야지.
“형, 엄마 얼굴은 기억나는데, 엄마 목소리가 기억이 안나.” 친한 동생이 술에 취해 건넨 말이다. 엄마를 떠나보낸 동생이 울음을 울면서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소중한 엄마의 목소리도 저자의 말처럼 액자에 세워둘 수 있을까.
『준최선의 롱런』
문보영 지음│비사이드 펴냄│200면│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