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창업가들에게 남기고 간 것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창업가들에게 남기고 간 것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2.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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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향년 83세로 9일 밤 별세했다. 1세대 기업가로서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긋고 떠난 그를 추모하며 곳곳에서 그가 이 시대에 남기고 간 흔적들을 되짚고 있다. 특히 자본금 500만원, 직원 다섯명으로 시작해 자산규모 국내 2위의 다국적 기업을 일궈낸 그의 도전정신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그 성공 스토리는 과거 책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 담겨 1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창업을 꿈꾸는 이들의 도전정신에 불을 지른 바 있다.  

“최선을 다하라. 반드시 보람이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무엇이든 해보라.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을 빼놓고는 젊은이가 경험해서 안 되는 것은 없다.” (故 김우중)

그가 남기고 간 족적 중에서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단연 1세대 창업가로서 다음 세대 창업가들에게 전한 도전정신이 아닐까. 특히 오늘날 창업가들에게서 ‘제2의 김우중’이라고 할 수 있는 도전정신이 엿보일 때면 그가 전한 도전의 DNA가 어딘가 숨어 있지는 않을까 돌아보게 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기업의 사례에서 문득 그의 도전정신이 스칠 때가 있다. 

가령 국내에서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의 도전기는 생전 김 전 회장의 용기 있는 도전을 떠오르게 한다. 가고 싶었던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여의치 않은 가정형편으로 인해 공업고등학교에 가게 된 김봉진 대표의 첫 도전은 부모님을 설득해 대학의 디자인학과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창업한 가구 회사는 2억의 빚을 남겼으나, 그는 빚을 채 다 갚기도 전에 다시 창업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 창업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디자인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그 뒤로 다시 창업에 도전, 배달의민족 앱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앱 서비스를 시도한다. 이후에도 국내 이용자 수 1위 배달앱이 되기까지 국내 배달앱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기 위한 숱한 도전들이 있었다. 

누적 시공거래액 2,200억원을 돌파한 인테리어 비교견적 플랫폼 ‘집닥’ 박성민 대표의 도전정신도 만만치 않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노동을 시작해 공사현장 경력만 20년이라는 그는 건설회사, 시행분양 대행사, 시행사 등에 도전했으나 사업에 일곱 차례 실패한다. 30대 초반에 빚만 100억이 넘었고 세 차례 자살시도까지 했지만, 그는 다시 살길을 도모했다. 한 대기업 창업교육 프로그램의 강사가 그에게 투자한 1,000만원과 어렸을 때부터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컴퓨터 기술로 집닥을 창업할 수 있었다.

사업모델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해 초 ‘패스트 인베스트먼트’, ‘베이스 인베스트먼트’ 등에서 21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공유주방 스타트업 ‘고스트키친’의 최정이 대표 역시 도전에 일가견이 있다. 그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직접 창업하거나 창업 멤버로 활동한 횟수만 다섯 번으로, 번번이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최 대표는 이후 2014년부터 우아한형제들의 ‘배민키친’에서 투자업무를 담당했고, 이때 외식업 창업자들의 초기 투자 위험부담 감소 방안을 모색하다가 공유주방 서비스를 생각하게 됐다. 그는 창업 전 배민키친에 6개월의 휴직계를 낸 뒤 서울 강남구청역 인근 지인의 수제 샌드위치 가게에서 무보수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창업 전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한 도전이었다.   

새벽 배송 서비스의 원조로써 지난해 1,571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한 ‘마켓컬리’를 만든 것도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도전정신이었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컨설팅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그는 미래가 보장된 안정적인 삶을 내려놓고 함께 사내 맛집 동호회 활동을 하던 박길남 마켓컬리 이사와 창업에 뛰어든다. 좋은 먹거리를 보다 빨리 싱싱하게 전달하겠다는 원칙을 밀어붙인 결과 지금의 마켓컬리가 존재하게 됐다.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한 이들은 어쩌면 김우중 전 회장의 도전정신을 물려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꿈이요 희망인 젊은이들에게 내가 살면서 직접 겪고 깨달은 바를 들려주기를 바라왔다. (중략) 젊은이여!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지구촌이라 불릴 정도로 좁아졌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가보지 않은 길이 있고,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도 많다. 그 길을 가고, 그 일을 해내는 용기 있는 개척자들에 의해 역사는 조금씩 전진해온 것 아닌가. 젊은이여! 우주를 생각하고 큰 뜻을 품어보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中) 물론, 그가 남긴 것 중에는 공(功)도 있듯 과(過)도 있지만, 그가 전한 도전정신만큼은 후대 기업이 깊이 고찰해볼 보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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