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관료주의는 약일까? 독일까?
[조환묵의 3분 지식] 관료주의는 약일까? 독일까?
  • 조환묵 작가
  • 승인 2019.12.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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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 법칙과 관료주의
대한민국 국회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국회에서 여야가 수백 조원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심사하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정부와 여권은 예산을 늘리려고 하지만, 반대로 야권은 예산을 줄이려고 한다. 이제 과거와 같은 몸싸움은 없어졌지만 한치의 양보 없이 벼랑 끝까지 몰고 가는 다툼은 여전하다. 

공무원을 증원할지 말지를 두고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정부는 국민의 생활과 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119 구급대부터 소방관, 우체국 집배원, 사회복지사, 경찰 등 현장 공무원이 부족하니 더 많이 뽑아야 한다고 호소하지만, 야권은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이지 않기 위해 증원 규모를 축소하려고 한다. 올해는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공무원과 연관된 흥미로운 법칙 한가지를 살펴보자.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에 근무했던 시릴 파킨슨(Cyril N. Parkinson)은 영국 해군의 인력구조 변화에 주목하였다. 그는 해군 장병과 군함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해군 본부의 공무원 숫자가 늘어난 것에 의문이 들었다. 시릴 파킨슨은 공무원의 숫자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계속 늘어난다며, 거대조직의 비효율성은 필연적이라고 단언하였다. 이것을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이라고 한다. 오늘날에도 조직의 병리를 진단하는 이론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는 파킨슨 법칙이 발생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 째, 공무원은 업무가 과중해지면 동료와 업무를 나누기보다 자신을 도와줄 부하직원을 두기 원하기 때문이다. 둘째, 부하직원을 두면 혼자서 일하던 때와 달리 지시, 보고, 결재, 감독 따위의 추가 관리업무가 생겨나 업무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파킨슨 법칙은 공무원 조직뿐 아니라 대기업 같은 거대한 경영조직에서도 나타난다. 그것을 소위 대기업병이라고 부른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모든 사람이 이 법칙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영향으로부터 쉽사리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관료주의의 단점과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관료조직을 해체하거나 다른 조직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많은 양의 업무를 처리하는데 관료제가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관료제란 대규모 조직에서 많은 업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탄생한 ‘서열화된 권위구조’를 말한다. 

관료제에서는 미리 규정과 절차가 정해져 있고 각각의 업무는 전문화되어 있으며, 책임 소재가 명확해 대규모 업무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관료적 특성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거의 모든 조직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났다. 국가는 물론 회사, 학교, 병원 등 효율성과 합리성을 지향하는 대규모 조직이라면 거의 모두 관료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관료제는 권력이 피라미드 위의 소수에게 집중되어 의사결정의 구조가 매우 권위적이고, 형식과 규정 그리고 절차에 너무 얽매여 오히려 업무의 목적을 상실하게 되는 악영향도 끼친다. 

관료제와 같은 정부조직과 달리 대기업의 큰 조직은 관료주의의 부정적 영향에서 탈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관료주의의 장단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그 굴레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관료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고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다 알고 있으되 실천이 어려울 따름이다. 
 


(출처: 『직장인 3분 지식』)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대표컨설턴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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