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생 망했다고 생각 될 때 ‘희망’ 찾는 법 『희망 버리기 기술』
[리뷰] 인생 망했다고 생각 될 때 ‘희망’ 찾는 법 『희망 버리기 기술』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2.0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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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희망 버리기 기술.’ 책 제목이 꽤나 자극적이다. 요즘 말로 하면 ‘어그로’(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는 것)가 잔뜩 들어간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를 욕할 것은 없다. 미국에서 8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 마크 맨슨이 또다시 베스트셀러 하나 만들어보자고 직접 붙인 제목은 아니다. 이 책의 원제는 ‘Everything is fucked : a book about hope’(모든 것이 망했다 : 희망에 대한 책)다. 책 역시 희망을 버리는 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망해버렸다고 생각되는 인생에서 희망을 찾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책은 인간의 뇌를 ‘생각 뇌’와 ‘감정 뇌’로 나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이트의 ‘퍼스낼리티’ 이론으로 설명하면 ‘생각 뇌’는 ‘에고’(ego), ‘감정 뇌’는 ‘이드’(id)와 비슷하다. ‘감정 뇌’는 말 그대로 감정을 주관하며 정서, 충동, 직관, 본능을 나타낸다. 반면, ‘생각 뇌’는 생각하는 뇌이며, 의식적인 사고, 계산 능력, 다양한 선택사항을 두고 추론하고 언어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나타낸다. 어렵다면, ‘생각 뇌’는 이성, 그리고 ‘감정 뇌’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저자가 이렇게 뇌를 두 가지로 구분한 이유는 ‘생각 뇌’가 언제나 ‘감정 뇌’에 끌려다닌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는 코끼리를 탄 기수가 코끼리를 특정 방향으로 부드럽게 이끌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코끼리는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코끼리는 ‘감정 뇌’이며 기수는 ‘생각 뇌’에 해당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몸과 머리를 움직여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언제나 이성이 아닌 감정 때문이다. ‘생각 뇌’는 ‘감정 뇌’가 어떤 충동적이거나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든 언제나 그것을 이뤄낼 방법을 찾을 뿐이다.

이렇게 딱딱한 내용을 먼저 설명한 이유는 ‘생각 뇌’와 ‘감정 뇌’라는 개념과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해야만 희망을 찾는 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신을 망친 것은 대출 이자처럼 쌓인 경험의 총합”이라는 제목의 장에서 고집스럽고 까탈스러운 ‘감정 뇌’ 때문에 빚어지는 편향적인 가치관과, 이로 인해 잃어버린 희망에 대해 말한다. 예컨대, 연예 때 나쁜 남자(여자)들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여자(남자)의 ‘감정 뇌’는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첫째, 모든 남자(여자)는 개똥이다. 둘째, 그가 개똥이다. 안타깝게도 남자(여자)들이 개똥이 아니며 자신이 모자란 것이란 선택은 여자(남자)의 ‘감정 뇌’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다. 따라서 여자(남자)는 모든 남자(여자)가 개똥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 생각은 다음 연애 때도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여자(남자)의 ‘감정 뇌’는 다음 연애 상대 역시 개똥임을 스스로에게 확신시키기 위해서, 남자(여자)의 아주 작은 결점을 들춰내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잘못된 말, 부적절한 몸짓, 어색한 손길 하나하나에 고집스럽게 주목해 남자(여자)가 여자(남자)에게 학을 떼게 한다. 물론, 여기서 여자(남자)는 자신에게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남자(여자)가 개똥이 아님을 인지하는 순간, ‘감정 뇌’가 자기 자신이 개똥이라는 고통스러운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Every man is fucked’, 자기는 남자(여자)복이 지지리도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렇게 ‘감정 뇌’로부터 빚어진 가치관 편향은 인생을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앞서 설명한 예에서 여자가 계속해서 남자를 만나고 같은 방식으로 헤어지는 이상 자신이 남자복이 없다는 절망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남자라는 성을 혐오하게 될지도 모른다. 비슷한 예로, 어린 시절 아빠에게 폭행당한 아이의 ‘감정 뇌’는 자신이 전혀 사랑스럽지 않다고 판단하고, 성인이 되면 그 가치관이 증폭될 것이다. 엄마가 새 남편을 만나 떠나버린 아이는 성인이 돼서는 더욱더 친밀함은 존재하지 않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된다. 

편향된 가치관은 타인의 오해를 불러 타인이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또한, 자기 자신에게는 끝없는 고통을 받는 뫼비우스의 띠가 반복된다. 결국 ‘감정 뇌’가 만든 편향적 가치관으로 인해 책의 원제처럼 ‘Everything is fucked’라고 생각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가 이 끝없는 고통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은 존재한다. ‘감정 뇌’가 굴리지 않아도 되는 눈덩이를 굴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경험을 재검토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시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예로 들은 여자는 자신이 왜 이렇게 남자복이 없는지를 과거의 연애사를 통해 되짚어보고, 사실은 자기가 복을 걷어차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여자에게 버림받은 남자는 자신이 버림받은 이유를 자신이나 여자가 개똥이어서가 아니라, 여자가 과거 어떤 나쁜 남자와 겪은 불행한 연애 때문일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과거가 있다면, ‘잠깐, 그가 내게 주먹질을 한 건 내가 끔찍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끔찍한 사람이기 때문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아버지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감정 뇌’를 돌아보는 사고방식은 ‘난 그렇게 대단한 놈이 아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작가가 서문에서 말하듯, 세상은 갈수록 진보하고 풍요로워지지만 사람들은 더욱더 우울해져만 가고 자살률도 증가한다. 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특히 ‘감정 뇌’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것이 망했다고 생각될 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감정 뇌’를 살펴보자. 

『희망 버리기 기술』
마크 맨슨 지음│한재호 옮김│갤리온 펴냄│352쪽│16,000원

*해당 기사는 월간 <공군> 12월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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