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쉬운 말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말 『노회찬의 말하기』
[리뷰] 쉬운 말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말 『노회찬의 말하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2.0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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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오(세훈) 후보께서는 혹시 이상림 씨를 아십니까?" "양회성 씨 아십니까? 한대성 씨 아십니까? 윤용현 씨 아십니까?" (모르는 눈치를 보이자) "김남훈 경사. 이제 아시겠죠? 작년 1월 20일 용산에서 숨진 분들입니다." 

2010년 서울 시장 후보 TV토론회에서 노회찬 의원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던진 질문이다. 용삼참사로 숨진 노동자 이름은 감춰진 채, 경찰 이름만 알려지고, 기억되는 세태를 꼬집은 것. 노회찬 의원은 노동자, 농민,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그 이름을 구체적으로 불러 지목했다. 평소 노 의원은 소외된 이웃의 존재에 집중했고, 수면 아래에 있는 그들을 끄집어 올리는 '언변'에 능했다. 

노 의원의 말을 전하는 저자는 강상구 정의당 전 대변인.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로 시작해, 내내 노 의원의 곁에서 진보 정치의 길을 걸어온 정치인이다. 그는 "노 의원의 말을 추억하는 것을 넘어 그 말의 고민과 태도를 한국 사회 곳곳에서 실천하는 것을 제안하는 가이드북"이라고 이 책을 소개한다. 

노 의원은 구어체를 자주 사용했다. 그야말로 "말할 때 쓰는 말"이었는데, 그 안에는 상대 정치인을 넘어 보통 사람들에게 자신의 말이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땅의 '투명인간'들을 드러내려는 말이었고, 기득권의 '셀프 권위'를 뒤집으려는 말이었다. 

노 의원이 추구한 말하기 원칙은 "짧게 말하기". 이는 말하기 기술이기 이전에 올바른 말하기 자세인데, 여러 사람의 말이 고루 평등하고 협력적으로 오가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민주주의자의 자세였다. "말을 줄이면서도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했기에 노 의원은 구구절절한 설명을 선명하게 압축하는 문장 구조로 표현했다. 

일례로 노 의원은 "국회의사당 50m 타워크레인 위로 네명의 무국적자가 올라갔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노동 3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국민 대우 받지 못한다는 점을 '무국적자'에 비유했던 것. 용산참사 당시 검찰이 화염병을 사용한 철거민들을 기소하자, 노 의원은 "이 사건으로 죽은 72세의 이상민 씨는 세계 최고령 테러리스트가 된 셈"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경찰의 강경 진압이 정당한 조처라면 현장 철거민들은 '테러리스트'냐는 일갈이었다.

약자의 입장에 서서 세상에 공허한 외침이 아닌 의미를 던지는 데 고군분투했던 노 의원. 그의 말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전해졌고, 어떻게 기억되는지가 이 책에 담겼다. 

『노회찬의 말하기』
강상구 지음 | 이음 펴냄│25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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