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당신이 알고 있는 당신 자신은 실재가 아니다”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책 속 명문장] “당신이 알고 있는 당신 자신은 실재가 아니다”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2.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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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심리학과 마음 탐구에 대한 열망은 스무 살 때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뒤 시작됐다. 사건의 충격은 심대해서, 이때 경험한 깊은 고뇌는 나를 마음의 작동 방식에 대한 공부로 이끌었고, 이를 통해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을 돕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했다. 이 난장판으로 들어온 길이 있다면 어딘가 나가는 길도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나는 그것을 찾기로 결심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의 비밀이 뇌에서 밝혀질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인류는 마음과 뇌의 관계, 둘 사이의 작용에 대해 오랜 기간 탐구해왔다. 내 생각은 이렇다. 뇌는 명사이고, 마음은 동사다. 또는 인지과학자 마빈 민스키의 말처럼, “뇌의 기능적 발현이 마음이다.” 

당시 사람들은 마음이 뇌를 통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규명하기 위해 애썼다. 사실 이 주제는 너무도 인기가 많아 의회에서는 1990년대를 “뇌의 시대”라 선언하기도 했다. 1996년 인지신경심리학 박사학위를 마치며, 나는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올 방법이 이 길에 있다고 생각했다. 신경심리학은 뇌의 구조를 비롯해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것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을 탐구한다. 학자들은 뇌의 어느 특정 영역에서 특정 기능이 작동하는지 성공적으로 밝혀왔다. 이를테면 얼굴 인식 능력부터 공감하는 능력까지, 이제는 뇌 구조의 어느 위치에서 특정 기능과 정보처리가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물론 그중 어느 것도 아버지의 죽음 앞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지금 고통스럽다는 것뿐이었다. 바라는 것은 이 고통을 끝낼 수 있는 비법이었고, 최소한 그에 대한 이해만이라도 이 공부를 통해 알고 싶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공부에 쏟아부었건만 그 문제에 대한 진정한 답은 구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동양의 가르침에 눈을 돌리게 됐고, 전통적인 심리학적 접근법에 빠져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불교, 도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 표현된 개념들이 뇌에 대해 밝혀진 특정 사실들과 충격적일 정도로 일치함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대학원에서 좌뇌와 우뇌의 차이점에 대한 연구를 했다. 연구를 마칠 즈음엔 어느새 연구 제목에 걸맞게 시간을 반으로 쪼개어, 좌뇌를 위해서는 과학도로서 연구하고 집에서는 우뇌를 충족시키기 위해 동양사상에 매진하고 있었다. (중략)

많은 연구들이 엄청나게 고무적이긴 하지만, 나는 이것이 여전히 서구적인 관점에서 이뤄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들 수행법에서 얻는 육체적 또는 정신적인 유익함을 넘어서는 더욱 심오한 무엇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들 연구의 의미는 이렇다. 역사상 처음으로, 비록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서양 과학자들의 연구가 동양의 깨달음의 토대가 되는 어떤 인식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개인적 자아란, 실재하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소설의 등장인물에 더 가깝다는 사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 자신은 실재가 아니다. 

이것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인지, 서구적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아직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이와 같은 연구들을 조사해보고, 의미를 파악해보고, 그것을 통해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을 이해하는 것. 그리하여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이 실재가 아니라는, 바로 그것을 이해하는 것. <10~17쪽>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김윤종 옮김│불광출판사 펴냄│21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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