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민주적인 학교와 민주적이지 않은 학교의 차이는 뭘까? ‘학교민주주의’ ‘교육자치’ ‘학교자치’는 교육계의 오랜 화두였다. 하지만 ‘자치’라는 개념이 갖는 다양성과 무게감 때문에 실제로 자치 교육을 행하는 학교는 많이 없다.
이 책은 광주에 있는 상무초등학교 김경희 외 아홉명의 교사가 ‘자치’라는 개념을 교육에 대입해 학생들과 ‘자치 학습 공동체’로 활동한 결과물이 담겼다. 자치 교육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교사들, 새로운 자치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싶은 교육 관계자들을 위한 책이다.
“학교의 주인답게 적극적으로 팀 활동에 참여하자!” 학년 팀프로젝트 활동을 할 때마다 교사가 사용했던 이 말이 그동안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모호하게 들렸을까?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주인다운 행동’을 알 수 있을 것이고,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실천 방법을 구상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29~30쪽>
“얘들아, 포스트잇과 같이 회의할 때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언제든 사줄게. 왜냐고? 학교의 주인들이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하는데 선생님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기꺼이 도와야지! 무엇이든 말해. 회의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말해주면 전부 구입해줄게.” 공공재를 바르게 사용하는 인성교육을 넘어 자치교육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지점이다. 학생들의 주도성을 높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스토리로 재탄생된 것이다.<89쪽>
70명의 학생들이 마이크를 돌려가며 우리가 한 학기 동안 잘한 일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한마디씩 발표한다. 앞으로 진지하게 나눠야 할 문제들이 가득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먼저 기분 좋은 대화로 시작한다는 의도된 흐름을 밟아가고 있는 것을 학생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한 학기 동안 그들이 해내려고 노력했던 점들을 진심을 담아 칭찬한다. 눈에 보이는 좋은 결과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 폭력 없이 친구들과 안전하게 한 학기를 마무리한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잘 안 되고 있는 몇 가지만 해결해낸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들임을 강조해서 말한다.<176~177쪽>
학생자치활동을 하다 보면 주장을 자신 있게 홍보해야 할 경우가 빈번하게 생긴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홍보물로 얼굴을 가리고 가만히 서 있거나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것을 캠페인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중략)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크고 거칠게 외칠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목소리로 따뜻하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다수의 홍보자가 갑작스레 다가가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포감으로 인해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소수가 다가가서 친절하게 대화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을까?<232~233쪽>
『교사, 자치로 깨어나다』
김경희 외 9인 지음│에듀니티 펴냄│330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