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로드 화재’ 난감한 출판사들... 출협 “지원책 마련할 것”
‘북스로드 화재’ 난감한 출판사들... 출협 “지원책 마련할 것”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2.06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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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화재로 불에 탄 배본사 '북스로드' 창고. [사진=인터넷 카페 '꿈꾸는 책공장']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출판사가 펴낸 책을 전국 서점에 유통하는 배본사 ‘북스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요 고객인 소자본 독립출판사들이 큰 피해를 봤다. 창고가 허술했던 데다, 화재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는데, 피해를 본 출판사들은 보상은 고사하고 당장 새로운 배본사를 찾기에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화재는 지난달 29일 새벽 5시 경기 파주시 월롱면 검바위길에 위치한 북스로드 창고에서 발생했다. 당시 창고에서 근무하던 북스로드 대표 이모씨는 핸드폰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황급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495.8㎡(150평)짜리 창고 두 동이 전소되면서 큰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은 약 50억원. 불에 타버린 50여개 출판사의 책 50만권을 권당 1만원으로 추산한 금액으로, 제작단가(소비자가의 약 20%)로 계산하면 피해액은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피해액은 현재 피해 출판사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하는 중이다.

북스로드의 이용사 대다수는 소규모 독립출판사였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본료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모 대표의 친절한 응대와 조언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 많다. 실제로 출판 관련 온라인 카페 등에는 이모 대표의 친절함을 칭찬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고, 그 때문인지 이번 사고 직후 온라인 등에는 북스로드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출판사들이 힘을 합치자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이모 대표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찬웅 OBJMEDIA 편집장은 “돈(저렴한 배본비) 때문에 북스로드를 선택한 것만은 아니다. 대표가 굉장히 친절했고, 무엇보다 우리(출판사)편에 서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 선택했다. 다만 잘못(화재 대응 미숙)은 잘못이다. 이번 화재 사건 같은 상황으로 어느 1인 출판사는 문을 닫을 수 있고, 그럼 그만큼 출판되는 서적의 다양성이 줄어들게 된다. 이번 기회에 출판 유통, 물류배본업체 등 출판계 전반의 문제점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본사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화재 피해 출판사인 옥탑방프로덕션의 이관형 대표는 “화재보험에 든 배본사를 이용하면 배본료가 월 30만원이 넘는다. 시중 서점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개별 접촉은 어렵고) 배본사를 통해야만 하는데, 그 비용이 적잖은 부담”이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배본사를 통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화재보험까지 든 업체를 선택하면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는 것.

피해 업체인 검은펜 출판사 심예나 대표 역시 “작은 출판사의 경우 책이 안 팔리면 한 달에 10만원을 벌기도 한다. 그런데 화재보험이 든 20~30만원짜리 배본사를 이용한다는 건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화재보험은 배본사가 들 수도 있고,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책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 관계로 보험사에서 제공을 꺼리거나, 높은 금액을 제시하기 때문에 소규모 배본사나 출판사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 배본사가 화재보험에 가입했다 해도 도서 손실에 따른 보상 수준은 20~30%에 불과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로 피해 본 출판사를 두고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표현을 써가며 “돈 아끼려고 저렴한 곳 찾다 피해를 본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최근 1인 출판사 등 소규모 출판사가 출판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무작정 비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대형출판사와 차별화되는 독립출판사만의 매력을 선보여 성공한 사례가 잇따르고, 이는 출판문화의 다양성 확보 등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인 출판사가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된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등이 그 사례.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열악한 독립출판 환경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일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최근 소규모 독립출판사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협회 차원에서 만남의 장을 계속해서 마련하고 있다. 올바른 출판문화 조성을 위해 논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 이번 화재 사건의 피해 상황 집계에 착수한 상황이다. 피해를 본 출판사를 도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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