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직원인데 독서 모임 해볼래요?”... 위험한 유혹
“출판사 직원인데 독서 모임 해볼래요?”... 위험한 유혹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2.0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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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출판사 직원인데 표지 그림 네 장만 골라 줄래요?” “독서 토론해보지 않을래요? 공동저자에 이름도 넣어 줄게요.”

대학가, 번화가 등을 중심으로 함께 책을 만들자고 하거나 독서 토론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책 읽지 않는 사회에 책을 권유하는 행동 자체는 나쁠 게 없지만, 문제는 그 이면에 숨겨진 의도가 존재한다는 것. 독서 모임을 가장한 포교(종교를 전하는 행위) 활동이 늘면서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학생 김미정(24·가명)씨는 최근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캠퍼스를 거닐던 중 여성 두명이 다가와 “출판사 직원인데 조만간 출간될 책 표지 후보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줄 수 있겠냐”고 물은 것. 표지를 고르자 이어 여성들은 “독서 모임을 잘 참석하면 책이 출간될 때 공동저자로 이름을 넣어 줄 수도 있다”며 ‘독서 모임’을 제안해 왔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낼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저자는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지만, 모임이 지속할수록 특정 종교 이야기에 대화가 집중됐고, 끝내 종교 활동을 강요받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불쾌한 마음으로 모임에 발길을 끊었다.

대학생 김민구(25·가명)씨는 얼마 전 지인 소개로 어느 ‘인문학 모임’에 참가했다. 심리상담 관련 일을 해왔다는 모임 인도자는 책 출판을 목적으로 일반인을 면담해 그 내용을 책에 실을 예정이라며 개별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 내용은 주로 살면서 김씨가 받은 상처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인도자는 아무나 해주는 상담이 아니니 만남을 ‘비밀’로 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친구에게 털어놓게 됐고, 친구는 “자신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며 “사이비 종교의 전도법”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

이런 포교 활동은 비단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네 살 딸아이를 둔 주부 이명선(36·가명)씨는 최근 아는 지인을 통해 그림 심리상담사를 알게 됐다. 무료로 심리상담을 해준다는 말에 집으로 초대해 자주 만났는데, 시간이 지나고 친분이 생기자 상담사는 ‘인문학 강의’를 같이 들어보자고 제안해 왔다. 이씨에게만 특별히 제공하는 것이니 주변에는 강의 내용을 ‘비밀’로 해달라는 점이 이상하게 느껴져 인터넷에 찾아보니 비슷한 수법의 포교 활동에 당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최근 독서 모임의 인기가 높아지자 독서 토론이나 인문학 강의 등을 이용한 포교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 독서 활동을 포교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지만, 포교 목적을 숨기고 의도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주로 처음부터 정체를 드러낼 경우 강한 반감을 살 수 있는 사이비 종교의 포교 활동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들이 접근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대학교 등에 독서 모임 안내문을 붙여 사람을 모은 다음 사실상 포교를 위한 독서 모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기존 멤버들은 서로 처음 만난 체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종교인인 경우가 대다수다. 포교를 위한 일종의 위장극을 벌이는 것이다. 이 외에도 (포교를 위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권하거나, 시급 높은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면서 인문학 도서(사실은 포교를 위한 도서) 읽기를 자격 요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무료 심리상담 등을 해주겠다며 접근해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 포교에 활용하거나 출판을 준비 중인 신인 작가라며 소재 발굴을 위해 개인 이야기를 듣겠다며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

종교연구가 리오넬 오바디아는 책 『종교』에서 “심리학자들은 사이비 종교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개종시키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택하는 수단에서 일종의 공통적 ‘행동기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럴듯한 언어로 현혹하기, 군대식 조직 체계, 교화 내지 세뇌, 협박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심리 조작 방식이 동원되고 있음을 사이비 종교 분석가들이 밝혀내고 있다”고 말한다.

이수광 작가 역시 책 『대한민국 12비사』에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휴대하고 실시간으로 세상 물정을 알 수 있는 오늘날에도 사이비 종교에 속아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며 “그럴듯하게 포장된 사이비 종교는 인류가 창조된 이래 끝없이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사이비 종교는 ‘영혼의 구원’이 아닌 ‘부와 음탕한 생활’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에 빠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목숨과 재산을 빼앗긴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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