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동물들을 고통에서 구해낼 ‘식량 혁명’ 『클린미트』
[책 속 명문장] 동물들을 고통에서 구해낼 ‘식량 혁명’ 『클린미트』
  • 전진호 기자
  • 승인 2019.12.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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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결코 간단하지 않은 문제에 눈을 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넬슨 만델라의 격언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해내기 전까지는 불가능해 보이는 법입니다.” <5쪽>

오늘날 지구상에 있는 대형 동물은 대부분 공장식 축사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지구상의 수많은 사자, 코끼리, 펭귄 들이 초원과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디즈니 만화영화, 아동용 동화라면 가능한 이야기지만 TV 밖 현실세계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지구에 사자가 4만 마리 있다면 가축용 돼지는 10억 마리, 코끼리는 50만 마리, 가축용 소는 15억 마리, 펭귄은 5,000만 마리, 닭은 500억 마리가 있다. 2009년 통계에 다르면 유럽에는 모든 종을 통틀어 16억 마리의 야생 조류가 있었다. 같은 해 유럽의 육가공 산업과 달걀 산업이 길러낸 닭은 70억 마리에 달한다. 지구에 사는 척추동물의 상당수가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지 못한 채 호모사피엔스라는 한 동물에게 지배받고 있다. 

수십억 마리의 동물이 고통과 괴로움을 느끼는 생물이 아닌 공장식 축사에서 고기나 우유, 달걀을 생산하는 기계 취급을 받는다. 이들은 공장 같은 시설에서 대량생산되며 체형까지도 해당 산업의 수요에 맞추어져 있다. 이 동물들은 거대한 생산 라인에서 죽을 때까지 하나의 상품으로 살아가고, 이들의 수명과 삶의 질은 축산 업체의 손익에 좌우된다. 가축이 받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동물의 공장식 사육은 단언컨대 역사상 손꼽히는 범죄행위다. 

과학 연구와 기술발전은 가축의 삶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고대 이집트, 로마제국, 중세 중국 등 전통 사회에서는 생화학, 유전학, 동물학, 역학 분야의 지식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주도권도 제한적이었다. (중략) 중세 마을에서는 닭이 집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퇴비에서 씨앗과 벌레를 쪼아 먹고 헛간에 둥지를 틀었다. 만약 욕심 많은 농민 하나가 닭 1,000마리를 좁아터진 닭장에 가둬버린다면 치명적인 조류독감이 발생해 마을 사람 중에 사망자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닭이 몰살당할 것이다. 목사든 무당이든 주술사든 어느 누구도 이 사태를 막을 수 없다. 
현대 과학이 조류 바이러스 그리고 항생제의 비밀을 벗겨내면서 인간은 동물을 극한 환경에 몰아넣기 시작했다. 백신, 치료제, 호르몬제, 구충제, 중앙 공조 시스템, 자동 급여기 등 수많은 최신 문물을 활용해 닭이나 다른 동물을 수만 마리씩 좁은 우리에 몰아넣고는 전례 없는 고통을 안겨주며 고기와 달걀을 생산해내고 있다. 

21세기 과학과 기술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게 더 큰 영향력을 끼칠 힘을 부여할 것이다. 40억 년 동안 지구상에 어떤 생물이 살지는 자연선택에 따라 결정됐다. 이제 인간의 지적 설계로 결정될 날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기술에는 결정론적인 요소가 없다. 우리는 동일한 기술적 돌파구로 완전히 다른 사회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20세기를 예로 들면, 산업혁명의 산물인 기차와 전기, 라디오와 전화가 공산당 독재, 파시스트 정권, 자유민주주의를 탄생시켰다. 

마찬가지로 21세기 생명공학은 여러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 인간은 소나 돼지 또는 닭의 고통을 외면한 채 더 빨리 자라고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하는 가축을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공학을 활용해 청정고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청정고기는 동물세포로 생산한 진짜 고기로, 동물 전체를 키우거나 도축할 필요가 없다. <7~9쪽>

『클린미트』
폴 샤피로 지음│이진구 옮김│흐름출판 펴냄│308쪽│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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