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돈이 많아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삶? 외모가 빼어나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삶? 사람마다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아마 '자신의 삶을 제대로 바로 바라보는 삶'이 기본적인 행복의 기준 아닐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른 소설 『멀리서 온 손님』로 문단에 데뷔한 이 책의 저자 소노 아야코 역시 그런 생각에 동의하며 50여년간의 삶 속에서 느낀 행복의 기준을 열거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도 『알아주든 말든 나는 본질을 본다』.
먼저 저자가 제시하는 행복해지는 법은 남의 탓은 물론 '내 탓'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추궁하며 몰아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저자가 사용하는 방법은 무슨 일에나 '기껏해야'를 붙이는 것이다. '기껏해야 소설' '기껏해야 아내가 만든 요리' '기껏해야 저런 남편에 이런 아내'. 얼핏 상대를 비하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저자는 "'기껏해야'는 결코 상대를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기껏해야 총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더 이상 총리가 아닐 때도, 다시 말해 지위나 명예, 돈이 없어져도, 상대를 존경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기껏해야 총리'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상대가 총리직을 그만두자마자 상대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다"고 말한다.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고, 남이 더 대단하게 느껴질 때 사용하면 좋은 방법이다.
또 누군가를 종합해서 판단하지 않는 것도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사람은 모두 장단점을 지니기 때문에, 아무리 괴벽이 있어도 어딘가 좋은 구석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사람과의 만남이 즐거울 수 있는 법. 저자는 "이세상 완전한 사람은 없다. 동시에 존경할만한 점이 없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말한다. 다만 "사람들은 저마다 취향이 다르니 존경하기는 해도 가까이 어울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인다.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고 해도 그 삶이 불행할 수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가 족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저자는 "부부 또는 부모 자식만큼 상대에게 확실한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사이는 없다. 부부나 부모 자식은 상대를 늘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이라며 "부부나 부모 자식은 '애정'이라는 미명하에 풀솜으로 목을 조르는 그런 잔혹한 짓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바람 잘 날 없는 어린시절을 보낸 저자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부 관계 역시 행복의 중요한 요인. 저자는 행복한 부부 관계 요인으로 ▲지나친 음주 ▲불성실 ▲ 허세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일 ▲이해심 결여를 꼽으며 "부부가 의견이 일치하면 음주와 허세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어 "불성실한 사람은 비굴한 태도를 취하며 곧잘 사과하는 경향이 있어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면서도 "나머지 두 가지는 타협할 여지가 없는 느낌"이라고 전한다.
선천적으로 고도근시를 앓은데다, 중심성망막염까지 겹쳐 거의 앞을 볼 수 없는 절망을 경험했던 저자. "행복이란 것은 객관적인 상황이 아니라 행복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능력에 달린 것"이란 저자의 말이 무거운 공감을 자아낸다.
『알아주든 말든 나는 본질을 본다』
소노 아야코 지음 |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펴냄│184쪽│11,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