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박민진 작가가 ‘혼자’를 견디는 방법 『우리 각자 1인분의 시간』
[포토인북] 박민진 작가가 ‘혼자’를 견디는 방법 『우리 각자 1인분의 시간』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2.02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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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대도시에서 홀로 ‘혼자’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서점과 영화관은 친구와 같다. 무수한 혼자들을 목도하니 위안을 받고, 이 순간만큼은 나도 혼자가 아니라는 묘한 공동체 의식마저 느끼게 해주니까.

홀로 서서 책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잠깐 서서 읽는다. 그러다가 그 책을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계산을 한 후 카페에 간다. 친구가 된 것이다.

영화관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를 본 후 극장 밖을 나오면서, 영화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묘하게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흔들리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영화를 글자로 옮긴다. 생각해보면 서점과 영화관은 ‘혼자만을 위한 여려 명의 공간’이다. 그래서 외롭고 행복하다.

‘고독력’이 가득한 책. 작가는 홀로 걷는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적었다고 하는데, 그 마음은 독자 역시 같다. 홀로 적고 있는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작가를 위로해주고 싶은 책이다.

집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어딘가 훼손된 어머니를 보았다. 아침에 어머니가 듣던 MBC FM 정은임 아나운서도, 저녁밥 먹을 때 이상한 음악을 틀던 배철수도 더는 찾지 않았다. 아파트를 떠나며 난 어떤 시절이 끝났음을 알았다.<36쪽>

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부산영화제에서 봤다. 그것도 아역 배우들과 감독님이 모두 참석한 GV를 새벽부터 줄을 서서 예매했다. 영화의 전당의 이층 구석 좌석에서 쏟아지는 플래시 앞에 쑥스럽게 움츠리던 감독님이 생각난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극장의 공기는 눅눅하고, 난 새벽부터 표를 구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해 하품이 나왔다. 그래도 극장의 대부분의 사람은 심상치 않은 영화를 본 감흥에 젖어 감독님과 배우들을 환대했다. 지구를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영화가 전국 대부분의 상영관을 잠식하는 이곳에서 아버지의 의미를 찾으려는 어수룩한 남자를 반겼다. 낡은 단어에 먼지를 털어내고, 곡진한 문장을 새겨 넣은 영화를 보고 있자니 불현 듯 잊고 살았던 것들이 떠올랐다.<141쪽>

우리는 매일 출퇴근을 하고 동네 어귀를 산책하며 관성처럼 하루를 흘려보낸다. 마치 우로보로스 문양처럼 제 꼬리를 물어 좀먹는 기분을 가질 때도 있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보면 비루한 하루에도 미세한 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홍상수의 <북촌방향>은 북촌을 부지런히 걸으며 우연과 반복이 진자 운동하는 생의 신비를 포착한다.<219쪽>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든 나를 살피고 다듬어서 최대한 자족할 수 있기를. 이 삭막하고 폭력적인 세계에서 누군가의 불행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이 책을 읽어준 당신을 납득시킬 수 있는 글을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기를 바라본다.<302쪽>

『우리 각자 1인분의 시간』
박민진 지음│북스토리 펴냄│304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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