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전문가들의 2020 서점가 전망, 경자년에 뜨는 책…
출판 전문가들의 2020 서점가 전망, 경자년에 뜨는 책…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2.02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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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내년에는 어떤 책이 유행할까?”라는 질문은 비단 ‘어떤 책이 잘 팔릴까’를 묻는 것이 아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그리고 앞으로 이 세상은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인문학적인 분석과 통찰이 필요하다. 소비, 특히 책에 대한 소비는 인간의 정신·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출판 전문가들에게 “내년에 어떤 책이 유행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 출판사의 인문분야 편집장은 ‘세대론’에 주목했다. 그는 『90년대생이 온다』가 장기간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사실을 지적하며 “내년에는 ‘세대론’이 본격적으로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젊은 층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증가하는 노년층, 정년퇴직을 준비하고 있는 중장년층 등 다양한 세대를 다룬 책들이 ‘~생’의 제목을 달고 출간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세대가 다른 세대를 이해해보려는 소통의 시도가 본격화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가족’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싱글라이프를 즐기던 두 여성이 ‘조립식 가족’을 이루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인기를 언급하며 “이른바 ‘독신 귀족’의 싱글라이프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책으로 제작될 것 같다”며 “특히 올해 비혼 여성의 싱글라이프를 다룬 책이 유행이었는데, 이제는 공동주거 등 통상적인 결혼에 속박되지 않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유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일단은 여성이지만, 앞으로 남성 작가들의 비슷한 책들도 나오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독자들의 세분화된 욕망을 정확히 조준하고 깊이 충족하는 책들을 내년에 유행할 책으로 예상하는 출판 전문가들도 더러 있었다. 전문가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책은 출판사 위고·제철소·코난북스에서 출간하고 있는 ‘아무튼’ 시리즈였다. 『아무튼, 떡볶이』 『아무튼, 비건』 『아무튼, 문구』 등 세 곳의 출판사에서 지난 달 26일 기준 총 25종이 출간된 이 시리즈는 어떤 한 사람의 세분화된 ‘애호’의 역사가 압축적으로 표현된 에세이다. 한편, 100페이지 내외의 짧은 분량에 글자가 커서 읽기 쉽다는 점도 이 시리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출판 전문가들은 국내외 정치에 주목했다. 특히 내년에 있을 총선과 관련해서 나오는 책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한 출판사 편집장은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며 “문재인 정부가 임기 절반이 남은 상황에서 여러모로 혼란스럽다. 총선도 있고, 정치 관련 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발생했던 일본 문제가 내년에도 지속되리라고 예상하는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하반기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책(『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의 일본 뒤집기』) 두권이 나왔는데 내년에는 일본 정치에 대해 분석하는 책이 더 인기를 끌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한 대형 출판사 대표는 심상치 않은 국제 정세를 주목했다. 그는 트럼프 발(發) 국제 불안, 유럽의 브렉시트(Brexit), 홍콩 시위 등을 예로 들며 “지금 전 세계의 어떤 질서나 체제가 흔들리고 있고, 이에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과거 소련이 망하면서 사회주의의 종언을 알리는 책이 나왔다면 지금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미국 중심주의에 근간한 체제나 세계질서의 변화 등에 관심을 두는 전문가들의 다소 무거운 책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올해 출판사 창비에서 출간해 인기를 모은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과 같이 이른바 ‘퀴어 코드’가 있는 책이 내년에 더욱 많이 제작될 것이라 예상하는 출판 관계자들도 있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종이책의 주요 고객층인 3,40대 여성의 건강과 운동에 관한 책, 오르는 집값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려고 하는 3,40대를 대상으로 하는 ‘집테크’ 관련 책들도 유행을 타리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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