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난해한 미술이 쉽고 친근해지다! 『미술에게 말을 걸다』
[포토인북] 난해한 미술이 쉽고 친근해지다! 『미술에게 말을 걸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1.26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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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음악과 영화 등의 예술은 쉽게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우리지만, 미술관 앞에만 가면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 근저에는 아마 미술이 ‘전문가의 영역’ ‘고상한 취향’ ‘난해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미술 감상에는 정답이 없다. 미술 작품은 다만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질 뿐이다. 비 오는 날을 바라보는 수재민들의 마음과 사막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를 수밖에 없듯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미술을 보고 내 느낌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말자. 말을 걸어오는 미술에게 나만의 화법으로 대답해주자.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미술과 친해질 수 있다. 주말 전시회에 온 느낌으로, 다른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재미난 작품 150여 점을 만나보자.

존 콜리어, 레이디 고다이바, 1898, 영국 Herbert Art Gallery & Museum

벨기에를 대표하는 브랜드 ‘고디바(GODIVA, 고다이바)’는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머뭇거리다가도 한 번 맛을 보면 종종 사먹게 되는 전설의 초콜릿입니다. 1926년, 조셉 드랍스가 만든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나체로 말 위에 올라탄 레이디 고디바를 심벌로 사용합니다.

초겨울 어느 이른 아침, 한 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하얀 말 위에 털썩 앉아 있습니다. 여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가는 방향에 몸을 맡긴 듯합니다. 긴 머리로 벗은 몸을 가렸지만, 부끄러움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구경꾼은 아직 없네요. 마음이 아주 조금은 놓입니다. 나체로 말에 올라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그녀가 바로 레이디 고다이바입니다.<57쪽>

존 윌리엄 워터 하우스,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1891, 런던 내셔널 갤러리

신화와 문학 속에 등장하는 여인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데 뛰어났던 19세기 영국의 라파엘전파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는 세이렌을 많이 그린 화가 중 한 명입니다. 그가 그린 그림을 볼까요? 배 주변을 서성거리는 독수리처럼 보이는 존재가 눈에 띄셨나요? 얼굴은 여인인데 커다란 날개와 갈고리 같은 다리로 금방이라도 사냥을 나설 것만 같습니다. 이 존재가 바로 세이렌입니다.

배 기둥에 줄로 꽁꽁 묶인 남자가 바로 오디세우스인데요. 세이렌들이 묶었냐고요? 오디세우스 스스로가 자신을 돛대에 묶어달라고 명령했습니다. 세이렌의 유혹이 얼마나 위험한지 미리 알고 있던 오디세우스는 이타나 섬을 지나는 동안 선원들에게 밀랍으로 만든 귀마개를 하라고 지시했어요. 그러나 자신은 귀마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세이렌들의 노래가 너무 궁금했거든요.

대신 세이렌들의 유혹에 따라가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묶었습니다. 아무리 매혹적인 노래에도 묶여 있던 오디세우스는 따라갈 수 없었고, 세이렌이 부른 노래를 듣고도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영웅이 되었죠.<67쪽>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뉴욕 현대미술관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의 그림 중 단연 아름답고, 인기도 많습니다. 그러나 비하인드 스토리는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당시 고흐는 동료였던 폴 고갱과 성격 차이로 다툰 후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급기야 자신의 귀를 자르는 자해 소동을 벌였고 주민들의 신고로 생 레미 드 프로방스에 있는 정신병원에 가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불안이 잠잠해지기를 바라면서 병원 주변 풍경을 그림으로 남겼는데요. 지금도 병원 뒷산 꼭대기로 올라가면 고흐가 그린 풍경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집니다.<114쪽>

모리스 위트릴로, 눈 아래 몽마르트, 1930

위트릴로는 어릴 적부터 몽마르트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라났습니다. 당시 친하게 지낸 동네 아저씨가 장난삼아 준 술을 마신 후 알코올에 중독됐고,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까지 했음에도 꽤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술에 의지한 아들을 보며 엄마인 수잔 발라동이 할 수 있는 일은 술 이외에 아들이 빠질 만한 뭔가를 만들어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칩니다.

결국 엄마의 능력이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는 외롭게 배운 그림 실력으로 많은 몽마르트 풍경을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풍경화 중 백색시대라는 별명이 붙은 1910년 즈음에 그린 작품들은 눈의 여왕이 소박한 마을로 귀환한 듯합니다. 눈 내린, 인적이 드문 마을을 붓으로 담아내는 위트릴로의 모습을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세요.<140쪽>

『미술에게 말을 걸다』
이소영 지음│카시오페아 펴냄│352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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