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vs 전자책... ‘무엇이 더 친환경 독서법일까?’
종이책 vs 전자책... ‘무엇이 더 친환경 독서법일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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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사용되지 않고 폐기된 시험지는 최대 962만7,390장. 사회/과학탐구, 제2외국어 등 선택과목에서 발생한 폐지가 대부분인데, 보안상 시험지 재질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질지’(1㎡당 70g )로 가정했을 때 4절 중질지(가로 545㎜, 세로 394㎜ ) 한 장당 무게는 13g, 여기에 버려진 시험지 장수를 곱하면 최대 125.2t. 종이 1t을 생산하는데 30년 이상 된 나무 열일곱 그루가 필요하니까 하루 만에 나무 2,133그루가 불필요하게 소모된 셈이다.

위와 같은 일화 등으로 ‘종이 생산=나무 베기=환경 파괴’란 통념이 만들어진 건 이미 오래전 일.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종이책을 읽지 말자”는 극단적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읽더라도 전자책을 이용하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친환경적이고 효과적인 독서 수단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종이 제작을 위한 무분별한 벌목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데, 언뜻 책을 읽지 않는 시기에 책 발행 종수가 줄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조림지(나무를 키워내는 구역 ) 관리에 있어 국제적인 공조 체계가 구축된 탓이 크다. 벌목 대상을 조림지 내 나무로만 한정 짓고, 나무를 베어낸 만큼 다시 심도록 하면서 최근에는 베어지는 나무보다 새로 심기는 나무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과거 종이 생산은 곧 환경 파괴라는 부정적 인식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조림지 관리가 체계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흰 종이를 선호하는 탓에 국내에서는 책에 재생지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책 제작에 따른 나무 훼손이 심하지 않다”며 “국내 제지업체들은 주로 해외에서 펄프를 들여오는데, 인증받은 해외 조림지에서만 펄프를 들여오기 때문에 환경 파괴 우려가 크지 않다. 또 책 종이는 수차례 재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책에 사용됐던 종이는 화장지나 생리대 제작에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종이의 75%는 폐지를 재활용한 것이며, 나머지 25%만 순환 경작으로 수급한 나무를 펄프로 가공해 제작되는 상황이다.

완성품만 놓고 비교했을 때도 종이책은 전자책보다 온실가스 문제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전자책 자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전자책을 보기 위한 기기(아이패드, e북 리더기 등 )에서 종이책보다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비영리 기관 ‘Green Press Initiative’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패드는 수명을 다할 때까지 287lbs(13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책은 8.851lbs(4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또 책은 중고로 유통되다가 친환경적으로 재활용되지만, 전자책 기기의 재활용 효율은 현저히 낮아 완성품 자체로 비교하면 종이책이 오히려 더 친환경에 가깝다.

결국, 종이책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환경 파괴가 심화되는 것은 아니며, 굳이 전자책만 읽을 필요도 없다는 결론. 다시 말해 마음껏 책을 펴내고, 읽고, 누려도 괜찮다는 말이다. 김무곤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대학원 원장은 책 『종이책 읽기를 권함』에서 “종이책 읽기의 매력은 인간의 감각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매체라는 점”이라며 “스르륵 넘어가는 종이책장의 소리, 향긋한 종이 냄새, 책장을 넘길 때 느끼는 손맛의 짜릿함. 이토록 다양하게 감각을 자극하는 매체는 흔하지 않다”고 말한다.

환경오염을 염려해 책을 멀리했거나, 전자책만을 고수했다면, 이제는 마음 놓고 책장을 넘기며 책의 ‘물성’을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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