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이어 구하라까지, ‘베르테르 효과’ 우려… 필요한 건 따뜻한 말
설리 이어 구하라까지, ‘베르테르 효과’ 우려… 필요한 건 따뜻한 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25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도둑맞은 키스’. 민음사가 펴낸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표지 그림.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또 하나의 별이 졌다. 그룹 ‘카라’ 출신 가수이자 배우, 방송인으로서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활동했던 구하라가 24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하라는 이날 오후 6시께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구하라의 지인이 그를 발견하고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4일 설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한 명의 재능있는 스타가 우리 곁을 떠났기에 더욱 침통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연이은 충격으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를 염려하고 있다. 독일의 문학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된 이 말은 평소 존경하거나 선망하던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로테라는 여인을 동경하고 사랑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자 실의에 빠지고 급기야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러한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4년 연속 감소하던 자살 사망자 수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로 베르테르 효과를 꼽기도 한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지난 9월 브리핑에서 “자살은 유명인의 베르테르 효과가 영향을 미치는 편인데 지난해에는 유명인 자살이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자살률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침통한 분위기, 사랑하는 사람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 일이야말로 주변 사람들의 의무이리라. 따듯한 말로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관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 “당신의 존재 자체가 고맙다.”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을 쉽게 풀어낸 책 『미움받을 용기』에 따르면, 누군가를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 사람은 자신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를 볼 때 ‘자기만의 이상적인 모습’을 멋대로 지어내 그것을 100점으로 놓고 천천히 점수를 깎으며 불평과 비판을 한다. 악의가 없더라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타인의 존재가치를 깎아내리고, 그것이 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의 ‘평가’ 대상이었던 가족이나 친구 중 한 명이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다면 당신의 마음은 어떨까. 그들이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점수가 몇 점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당신은 그들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도 생명을 연장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느낀다. 

따라서 그저 ‘존재해줘서 고맙다’면 충분하다. 예컨대 만약 아이가 밥을 먹은 후 설거지를 도와줬다면 “그런 건 안 해도 되니까 학교에나 가”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기준에 아이를 맞추고 평가하고 깎아내리는 것이다. 반면 그저 “고맙다”고 표현한다면 아이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고 새로운 한 발을 내디딜지도 모른다. 

# “다 지나간 일이다.”

과거의 상처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지독한 상처는 누군가에게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사실은, 과거는 바꿀 수 없고 지금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책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 정신과 의사의 말대로 “거기서 우리는 벗어났고, 지금은 안전하다. 우리를 괴롭힌 어른들은 이미 노인이 됐고, 우리가 더 강해졌다.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과거의 상처로 인한 괴로운 상황마저 유지하려고 한다. 평소에는 지나간 일이라는 사실을 잘 알다가도 가끔 술에 취하거나 컨디션이 나빠지면 분별력을 잃고 지나간 일을 현재의 일처럼 받아들인다. 

“다 지나간 일이야. 지금은 괜찮아. 너는 지금 안전해.” 뇌가 온몸으로 이 사실을 깨닫도록 하루 100번씩 소리 내어 들려줘야 한다고 윤홍준은 말한다. 그래야 귀 세포가, 심장 세포가, 안면 근육이 그 사실을 깨닫는다.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들 옆에서 “다 지나간 일이야”라고 반복해서 말해보자. 

#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말에는 유독 “올해 도대체 뭐 했지?”라는 식의 자기비판을 하며 실의에 빠지는 이들이 많다. 이 경우에는 혜민 스님의 책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의 문장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원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지금까지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었던 여러 경험과 지식들이 다른 식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무언가 배움이 있었다면 그 경험은/설령 실패했다 해도 가치가 있습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며 차분한 성찰의 시간을 갖습니다./성찰에서 나온 지혜와 숨을 고르며 모았던 에너지의 힘으로/이번에는 가능성이 있는 방향으로 힘껏 뛰게 됩니다./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인 것 같습니다.” 

기억하자. “당신의 존재 자체가 고맙다.” “다 지나간 일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 말들이 사랑하는 이들과의 허망한 이별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