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광고인가 서평인가”... 체인지그라운드의 ‘브런치 글’ 논란
“이것은 광고인가 서평인가”... 체인지그라운드의 ‘브런치 글’ 논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19 11: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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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브런치]
[사진=브런치]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201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브런치’.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기치를 내건 지 5년 만에 (예비) 작가 2만7,000여 명을 모으며 성공적인 글쓰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지금까지 여러 글쓰기 플랫폼이 ‘상업 콘텐츠’로 변질됐듯, 브런치에도 ‘광고·홍보 콘텐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지금까지 브런치 작가가 출간한 도서 수만 해도 2,000여 권. 생각을 표출하고, 동의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대중의 ‘작가 본능’을 간파한 브런치는 지난 8월, 4년간의 베타 테스트를 마치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날이 갈수록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역량 있는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한 출판 관계자 방문도 늘면서 작가와 출판사를 이어주는 매칭 플랫폼 역할까지 해내는 상황.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 정문정 작가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의 베스트셀러가 그렇게 탄생했다.

어느새 대한민국 대표 글쓰기 플랫폼으로 자리한 브런치. 어떤 글감이든 자유롭게 풀어내는 작가와 자유롭게 읽어내는 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교장으로 자리했지만, 최근에는 광고나 홍보콘텐츠로 오염(?)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골적인 홍보·광고 콘텐츠나, 서평으로 위장한 홍보콘텐츠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글이라는 건 그 자체로 홍보이며 광고다. 관념을 활자에 담아 공유하는 자체가 글과 작가를 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글의 근저에 ‘상업적 이윤 추구’ 목적이 깔린 경우는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현재 브런치에는 각종 키워드로 광고 기사가 노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일’이란 단어로 검색했을 때 호텔 예약 업체의 ‘호텔 특가세일’ 홍보 글, 온라인 뉴스매체의 기사로 위장한 노골적인 ‘유니클로’ 광고 글,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제로페이’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이벤트 알림 글이 노출된다. 이는 브런치 약관에 명시된 “광고 또는 선전 등 영리 목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위 금지”에 저촉되는 것으로 ‘네이버 블로그’ 등 광고 콘텐츠를 허용하는 플랫폼과의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는 대목이다.

노골적인 광고 글 외에도 서평으로 교묘하게 위장된 홍보 글도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대표적인 사례는 베스트셀러 어뷰징(다수 플랫폼에서 서평으로 위장한 책 광고로 홍보 효과 누림 )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신영준 ‘체인지그라운드’ 의장이다. 신 의장과 그 직원들은 십여 개에 달하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 그리고 브런치에 광고성 서평을 게재한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상황. 실제로 신 의장과 직원들이 올리는 대다수 콘텐츠는 신 의장이 의사결정권자로 있는 출판사 ‘로크미디어’ 도서에 관한 내용으로, 글에는 책에 관한 호평이 즐비하고, 말미에는 도서 구매 링크가 첨부돼 있다.

물론 광고성 서평과 순수한 서평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해당 책 판매로 이윤을 얻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채, 마치 제3자인 것처럼 서평을 작성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브런치 서평도 그런 마케팅의 일환으로 비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앞서 신 의장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까지 받은 상황. 고발 주체인 ‘도서사기감시단’(페이스북 모임으로 3,000여명 규모 )에 따르면 공정위는 “(체인지그라운드 측에 ) 출판사로부터 의뢰받는 홍보 글의 경우 그 사실을 명확히 표시할 것을 요청했고, 피민원인(체인지그라운드 )은 관련 문구를 기재할 것임을 밝혀왔다. 또 로크미디어와의 관계성을 보다 명확히 표시할 것도 요청했고, 피민원인은 관련 문구를 기재할 것임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11월 둘째 주에 이뤄진 공정위 경고 이후에도 신 의장 등은 여전히 로크미디어에서 출간된 책 홍보콘텐츠를 게재하면서 출판사와의 ‘관계성’을 밝히지 않은 채 구매 링크만 노출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도서사기감시단]
[사진=도서사기감시단]

앞서 신 박사는 자신을 비판하는 도서사기감시단을 향한 ‘인신공격성’ 글을 브런치에 올려 수차례 해당 글이 삭제될 정도로 논란이 됐지만, 책 홍보콘텐츠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브런치 측도 문제가 된 글만 삭제했을 뿐, 홍보 또는 인격 모독 글에 관한 추가 대응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도서사기감시단 측은 브런치가 체인지그라운드의 서비스 약관 침해를 방관하고 있다고 보고, 브런치를 공정위에 신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성’이 침해됐다는 판단이 소비자의 집단행동을 초래한 모습이다.

실제로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책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 “(공정성에 대한 대중의 니즈와 그에 따른 단체행동은 ) 일반 개인들에게 ‘내 작은 노력으로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일종의 ‘효능감’을 제공한다. 한 사람의 개인은 무력하지만 개인이 모여 큰 목소리를 내면 사회 전체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기업이 )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은 기본 요소다. 소비자에게 공정성을 인정받지 못한 마케팅 활동은 도리어 기업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앞으로는 (기업들이 ) 대한민국 사회의 중심에서 공정성을 외치는 페어 플레이어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체인지그라운드의 콘텐츠가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제지’를 요구하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상황. ‘선한 영향력’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어떻게 대응할지, 브런치에 무거운 과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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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라카사랑해 2019-11-20 15:12:17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바람의서 2019-11-19 12:28:27
역시 믿음이 가는 서믿음 기자의 글이네요~! 좋은 분석 기사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