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50세 딸과 80세 엄마의 단순한 남미 여행기로 보였던 이 책은 죽음의 엄습으로 인해 엄마에 대해, 나 자신과 생에 대해 더 알기 위해 떠나는 ‘인생 여행기’로 변한다.
첫 번째 여행은 외할머니 병 수발을 끝낸 여든 세 엄마와 함께 즉흥적으로 떠난 1개월간의 남미여행. 두 번째는 남미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엄마가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된 7개월의 이별 여행. 세 번째는 엄마의 임종이 가까웠을 때 찾아내 읽기 시작한 엄마의 일기를 통해 새로 접하게 된 어떤 여행.
솔직하고 담담해서 더욱 슬프지만, 엄마와 딸의 여행기는 눈물로 점철되지 않는다. 저자는 슬픔이라는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엄마와의 ‘여행’을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기록한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큰 사건을 마주한 채 드러나는 삶의 의미는 더욱 명료해진다.
딸은 병원에서 투병하는 대신 집에서 의사도 간병인도 없이 자연사하고 싶다는 엄마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리고 엄마와 자신의 생을 반추하며 묵묵하고 고요히 죽음을 기다린다. 이 기다림은 지금껏 ‘엄마’라는 역할에 갇혀 있던 한 여성의 진짜 삶을 들여다보는 데서 나아가 한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삶과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깨닫게 한다.
“삶, 죽음, 인간, 고통, 사랑, 종교, 가족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우리는 다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기도하고 싶어진다. 이 땅의 여행자로서 저세상으로 건너갈 때까지 일상의 시간들을 좀 더 충실히 보내고 싶다는 선한 갈망과 함께.” 이해인 수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여행기이기는 하나, 이 책의 여행지는 우리가 모르는 인생 그 자체다.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이상원 지음│갈매나무 펴냄│248쪽│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