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우리의 ‘조커’들을 어떻게 할까?
[박흥식 칼럼] 우리의 ‘조커’들을 어떻게 할까?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19.11.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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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박흥식 논설위원
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독서신문] 얼마 전 영화 <조커>를 봤다. 영화를 보며 시작, 중간, 결말에 이르기까지 보는 내내 마음의 불편함과 불안감은 계속됐고, 지금도 그 불편함의 여운이 남아 있음을 고백한다.

영화 <조커>에는 1980년대 초 대도시 고담을 배경으로 코믹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악당 조커가 등장한다. 악당 조커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영화 <조커>는 주인공 ‘아서’가 잔혹한 불평등 세상과 인간의 윤리적 기만이 이 희대의 악당 ‘조커’를 만들었다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우리는 지금 이 영화를 통해, 우리의 현실 세상과 비교하며 극심한 변화 속에 우리의 진짜 현실로 닥쳐올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는다.

그렇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아니 분명히 우리 사회는 변했다. 하지만 변화의 모습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다. 지금의 사회현상은 분명 비정상이다. 이른바 ‘뉴노멀’과 ‘조커’들의 탄생이 일상화된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뉴노멀(New Nomal)’이라는 용어는 시대변화에 따라 부상하는 ‘새로운 표준’이란 의미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5~10년간 세계 경제를 특징짓던 과거를 반성하고 새 질서를 모색하는 시점에서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다. 즉, 과거에는 비정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나타난 현상들이 점차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익숙하게 자리 잡아 새로운 표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뉴노멀의 개념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 새로운 경제 질서로써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규제강화 등을 나타낸다. 뉴노멀의 특징은 바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3저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 용어는 글로벌 채권투자회사 ‘필코’의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에리언이 2008년 펴낸 책 『새로운 부의 탄생; When Markets Collide』에서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 질서를 ‘뉴노멀로 언급하면서 널리 사용하게 됐다.

세계 경제 지표상으로도 세계 경제가 뉴노멀에 진입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경제대학 DB에 등록된 OECD 가입 국가들 중에서 극심한 양극화를 보여주는 데이터 자료 수치를 보면,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점유율과 상위 10%가 갖는 소득 점유율에서 각각 미국 19.34%(1위), 영국 12.93%(2위), 한국 12.23%(3위), 미국 48.16%(1위), 한국 44.87%(2위), 일본 40.51%(3위)로 나타났다.

뉴노멀의 원인으로는 과다한 부채와 디레버리징, 세계화 효과의 감소, 기술발달에 따른 일자리 감소, 인구 고령화 등이 지목되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저성장과 고실업이 일상적으로 계속되는 뉴노멀 시대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세계 경제와 아울러서 사회학자들은 닥쳐올 우리의 미래를 ’위험사회‘ ’수축사회‘ ’세대갈등 사회’ 등으로 예측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적한다.

여기서 다시 ‘조커’로 돌아가 보자. 영화에서 조커는 이렇게 말한다. “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개 같은 코미디였어” 그가 말하는 인생의 비극과 희극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지금 시대의 특징은 한두 단어 형태로 규정 짓자면, ‘신자유주의’와 ‘AI(인공지능)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신자유주의는 초양극화 시대를 만들고, 인공지능 시대는 99%의 패자를 조커로 만든다. 영화 <조커>가 보여주는 영화 속 세상은 역설적으로 우리의 현실 세계 속에도 존재함을 경고한다.

조커라는 악당의 탄생은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패러다임으로 1% 승자와 99% 패자의 양극화 문제를 제기하고, AI기술의 발달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직업 세계의 위험과 수축사회에서 우리의 만연한 계급의식과 세대 간극의 갈등과 악패를 지적하고 있다.

조커라는 악, 그러니까 사회적인 악당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영화 내용은 극심한 양극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아서의 본래 모습은 극장에서 스탠딩 코미디언을 꿈꾸며 거리의 광대로 살아가는 서민의 모습이다. 그는 거리의 건달들에게 뭇매를 맞고, 사회에서는 냉대와 무관심을 받는 존재였다. 어느 날 기성세대들의 부당한 폭력과 성공한 유명인의 비웃음에 분노하고 범죄를 저지른다.

영화 속에는 연쇄살인과 총기 난사 등 폭력장면이 지나치게 많고 리얼한 심리묘사 등이 등장한다. 조커가 보여주는 위험과 공포는 현실에서도 이미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혹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201년 6월 플로리다주 올랜도 게이클럽 ‘펄스’의 인질극과 총격 사건, 2017년 4월과 10월에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 내 총격 사건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루트91 하베스트’ 야외공연장 총기 난사 사건 등이 발생하고 어린이와 학생을 포함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징후가 얼마 전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됐던 한 청년 알바생의 PC방 충동적 사건에서 드러난 바 있다. 포노사피언스인 IT 신세대,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에서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중년 세대, 자부심과 자신감, 자존감을 상실한 노년 세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해법과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한동일의 저서 『라틴어 수업』의 한 구절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도 우트 데스(Do ut Des)’ 즉,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 개인이든 국가든,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과연 나는 타인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나는 타인에게 주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뉴 노멀 시대, 이제까지의 질서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라. 당신이 준비돼 있다면 아낌없이 먼저 타인에게 줘라. “만일 당신이 왕으로 대접받고 싶다면, 상대방을 존중하라.”

혹시, 우리의 주변에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조커가 없는지 살펴보고 경계의 눈길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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