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물 안 돼, 무조건 사서 봐”... 교도소의 독특한 ‘교화’
“책 선물 안 돼, 무조건 사서 봐”... 교도소의 독특한 ‘교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15 09: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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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공연 감상중인 재소자들. [사진=연합뉴스]
클래식공연 감상중인 재소자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교정시설 내 외부 도서반입이 지난 11일부터 제한됐다. 도서반입이 음란물 등 금지 물품 반입에 악용된다는 이유에서인데, 비판 여론이 적잖게 일고 있다. 금지 물품 반입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이유로 교화 도구인 독서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식의 과도한 조처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조치로 재소자에게 책 선물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그간 허용됐던 우편 배송(우송)이나 민원실을 방문해 전달(차입)하는 방법은 불가능해졌고, 한 달에 두 번 영치금으로 직접 구매하는 것만 가능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교화 목적에 맞지 않는 도서반입을 해결하기 위한 인력·장비 개선이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아 업무에 무리가 있기에 부득이하게 마련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물론 법무부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실제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수감자의 교도소 내 반입금지 물품 반입현황」 문건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8월까지 194건의 반입금지 물품이 적발됐다. 그 안에는 담배(64건), 음란물(43건), 흉기(20건), 마약류(여덟 건) 등이 포함됐다. 관리가 어려우니 재소자의 독서권이 침해되더라도 악용될 소지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국 53개 교정기관의 1일 평균 수용 인원이 5만7,298명(2017년 기준)임을 고려할 때, 적발 수치가 높다고 하기 어렵고, 그중 교도관이 조력한 불법 반입(열 건)도 상당해, 외부도서 반입을 금지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번 조치에 따른 우려 중 하나는 재소자들의 도서구매비 증가다.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교도소에 공급되는 책 할인(현재 입찰 서점을 통해 10% 할인만 가능)이 제한된 상황에서 적잖은 재소자가 지인 등에게 무료로 책을 전달받아 왔으나, 이제는 무조건 정가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재정 부담은 물론 소중한 사람의 손때가 묻은 책이나, 남다른 의미가 있는 책 등의 반입도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재소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도서 선택권도 문제로 지목된다. 외부와 통제된 삶을 살면서 도서 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없는 재소자에게 가족 등 지인이 전달하는 책은 일종의 맞춤형 도서 같은 큐레이션 서비스였다. 가족들이 먼저 읽고 좋았던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형광 표기를 해서 보냈고(메모는 보안상 문제로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음), 그런 애틋한 손길이 재소자의 교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이젠 그런 감동이 불가능해졌다.

교정 당국의 검열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교정시설 내 자체검열이 일상화될 우려가 있다. 시중의 수많은 책 중에 유해간행물을 누가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교화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수용자의 사상, 감정을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도 교도소에 책 넣어주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교화가 필요한 수용자라고 해서 알 권리, 읽을 권리, 지식에 접근할 국민의 권리가 행정권에 의해 통제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부정 여론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뒤늦게 법률서, 종교 서적, 수험서는 폭넓게 허용하고, 그 외 경우에는 ‘상담’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기서 상담이란 월 2회 도서신청 기간 외에 별도로 도서 구매 신청을 받는 수준으로, 상담을 한다고 해서 우송이나 차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돈이 없어 책을 못 읽을 경우에도 상담이 가능한데, 법무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치금이 없어 도서 구매가 어려운 경우 상담을 통해 희망 도서를 교정시설 내 비치도서에 반영하는 방법 등으로 어느 정도 제공이 가능하다”며 “(도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향후 신간 도서 목록 등을 비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30년째 교도관으로 근무 중인 장선숙씨는 책 『왜 하필 교도관이야?』에서 “긍정적인 수용방법은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유용하게 보내는 것”이라며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책 읽기와 감사일기, 명상이다. 누군가에게는 글쓰기 치유를 권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어 “비록 내가 독서전문가는 아니지만 수용자에게 김주환 교수님의 『회복탄력성』과 아잔 브라흐마의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김창옥 대표님의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등을 추천하곤 한다. 밖에서는 책 한권 볼 여유도 가지지 못했던 이들이 교도소에 와서 책이랑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인다.

고(故) 신영복 교수(2016년 사망)는 독재정권 시절 사상범으로 20여 년을 복역(1968~1988)하면서도 때마다 가족들로부터 책을 공급받았고, 그로부터 얻은 깊은 깨달음을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담아 많은 사람에게 통찰의 기회를 선사한 바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도 27년이 흐른 지금. 유해물품 반입 금지를 위해 독서권을 침해하는 법무부의 처사가 최선의 조처인지, 또 그런 조처가 사회 복귀를 위한 재소자 교화에 득이 되는지 많은 의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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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 2019-11-28 15:18:08
교도소 도서반입 금지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입니다. 동의 부탁드립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WIE5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