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소설가 김영하의 출판사 설립 소식에 긴장하는 출판계
베스트셀러 소설가 김영하의 출판사 설립 소식에 긴장하는 출판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13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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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소설가. [ 사진=JTBC]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여행의 이유』 『살인자의 기억법』 등의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작가 김영하가 출판사를 차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출판사 ‘문학동네’와 임프린트(Imprint) 형태로 협력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프린트란 대형 출판사가 외부인을 초빙해 별도의 브랜드를 주고 운영권(편집권)을 일임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김 작가의 출판사 개설은 인기 연예인이 직접 소속사를 차려 이윤 극대화를 꾀하듯, 스타 작가가 직접 출판사를 차려 이윤을 높이겠다는 계산으로 여겨지는데, 출판가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칫 기성 출판사의 입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김 작가가 선택한 것으로 알려진 임프린트를 설명하자면, 콘텐츠와 기획력이 있는 개인(임프린트 업체 대표 )과 자본 그리고 다양한 출판 경험을 지닌 대형출판사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협력방식이다. 임프린트 업체 대표는 대형출판사로부터 별도의 출판브랜드 운영권을 위임받아 도서를 출간하고, 이 과정에서 대형출판사는 서점관리, 재고관리, 홍보·제작 노하우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통상 임프린트 업체 대표는 2~3년 계약직으로 시작하며, 일정 성과 이상을 내면 계열사로 승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영 문학동네 대표의 지난해 인터뷰에 따르면 임프린트 업체 대표는 연봉 외 순수익의 20%를 받으며, 성과가 좋아 계열사(법인회사 )로 승격될 경우 회사 지분을 갖게 되고, 그 지분에 따라 배당을 받게 된다. 개인 지분을 51%까지 확보하게 되면 독립도 가능한데, 출판사 ‘북하우스’ ‘달’ ‘휴먼큐브’ 등이 그 사례다.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문학동네 측에 연락했으나, 관련 내용을 확인받을 수는 없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마케팅 부서에서 아는 내용이 없어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도 어제(지난 11일 ) 처음 (김영하 작가와의 임프린트 협력 건 ) 이야기를 들었다. 더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영하 작가의 임프린트 브랜드는 성공의 보증수표 같은 것일까?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장담하긴 어렵다. 과거 문학동네의 임프린트 브랜드 ‘오우아’에 참여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경우 해당 브랜드로 『김난도의 내일』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등을 출간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리딩으로 리딩하라』 『에이트』 등을 펴낸 이지성 작가처럼 자신의 책을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출판사 ‘생각정원’의 임프린트 브랜드 ‘차이정원’(아내 차유람과 이지성의 앞자를 따서 지음 )을 통해 여러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낸 사례도 있다. 이 작가가 임프린트 브랜드 ‘차이정원’으로부터 인세 외에 추가 보상을 받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하 작가의 소식이 전해지자 출판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김 작가가 지금은 임프린트 형태로 출판사를 시작하지만 향후 경험이 쌓이면 자체 출판사 설립도 가능하고, 그렇게 유명작가의 홀로서기가 계속되면 기존 출판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에는 출판 아웃소싱이 활성화되면서 적은 인원으로도 출판사 운영이 가능해졌다. 그래서인지 1인 출판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도 1인 출판사 ‘흔’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기성 출판사가 꺼리는 작품이 1인 출판사를 통해 탄생한 사례도 있다. 문화계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최영미 시인이 올해 1인 출판사(이미 출판사)를 직접 열고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출간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낸 것. 최 시인은 어느 글에서 “문학 전문 출판사에 출간 제의를 했는데 답이 없었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못 내주겠다는 말조차 없었다”며 “나와 싸우는 원로시인의 책을 펴낸 출판사는 내 시집을 내기가 부담스러운 게다. 그래서 출판사 등록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사무실도 직원 하나 없는 상황에서 지난 6월 출간한 해당 도서는 한 달 만에 판매량이 8,000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출판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 변화가 기성 출판사에 위기감을 전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올 것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들은 마케팅 능력이 없는 출판사나 소문이 좋지 않은 출판사는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라며 “출판사의 존재 이유가 확실해야 한다. 작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작가들은 출판사를 한순간에 걷어찰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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