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사유하는 글쓰기를 말하다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
[책 속 명문장] 사유하는 글쓰기를 말하다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1.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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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인생을 살아 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내 어떤 부분들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가령 기질이나 성향, 외모, 눈빛을 포함한 이미지가 그렇다. 그 점을 면밀하게 인식하면서 동시에 바꿀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바꾸는 용기를 지니는 게 필요하다. 때로는 이 둘의 차이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는 통찰력이 요구되리라.<67쪽>

시인 김종삼의 영결식을 전하는 이시영 시인의 문장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길음성당에서 천주교식으로 거행된 그의 영결식엔 그 많은 문인들 중 시인 한 사람과 그를 따랐던 문학청년 한 사람만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고 한다.”(『시 읽기의 즐거움』, 31면) 왜 나는 늘 이런 쓸쓸함에 이토록 마음이 움직이는 걸까.<99쪽>

하루키는 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그는 “책 읽기는 예전부터 좋아해서 상당히 열심히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중고등학교를 통틀어 나만큼 대량의 책을 읽은 사람은 주위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틈만 나면 책을 읽었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먹고사는 게 힘들어도, 책을 읽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언제나 변함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기쁨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라고 고백한다.<130쪽>

나는 유시민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발간하기 직전 트위터를 통해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치인 유시민을 성원해주셨던 시민여러분, 고맙습니다. 열에 하나도 보답하지 못한 채 떠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비감 어린 어조로 선언했을 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동시에 작은 기대와 함께 조금 설레기도 했다. 왜냐면 발터 벤야민이 프란츠 카프카를 일러 말했듯이 진정한 글쓰기란 ‘좌절한 자의 순수성과 아름다움’을 통해 비로소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행로는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정치가 유시민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 정치적 좌절을 되돌아보는 그의 글쓰기는 아름다울 수 있다.<281쪽>

나는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꽃나무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들의 생기와 평화를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새봄의 캠퍼스에는 학생 시위도, 대자보도, 정치집회도, 사복경찰도, 『자본론』이나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없다. 대신 캠퍼스를 채우는 것은 다양한 동아리 모집이나 실용 영어회화 광고, 각종 공연 및 영화상영 소식, 리더십 관련 현수막,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다.<302쪽>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
권성우 지음│소명출판 펴냄│327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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