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 대여는 많은데 왜 작가는 돈을 못 벌까?
도서관 책 대여는 많은데 왜 작가는 돈을 못 벌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1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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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누구라도 책을 볼 수 있다는 얘긴가?” 

김진명 작가의 소설 『직지:아모르 마네트』에는 조선에서 건너온 소녀 은수의 금속활자기술을 보고 로마 교황이 놀라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만 해도 수작업 일색이라 책 한권을 만드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은 기본이었기에 은수는 교황의 놀라움을 책 제작 기간의 획기적 단축에 따른 ‘감탄’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대중이 쉽게 글(성경 )을 읽게 되면 종교인의 권위에 도전하게 될 것을 염려한 ‘탄식’이었다. 

실제로 인류 역사를 보면 글과 책은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다. 피지배층은 먹고사는 문제에 전념케 하고 자신들은 지식을 독점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근대로 접어들어 그런 지식의 편중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가 마련됐고, 공공도서관 건립도 그중 하나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은 도서를 무료로 대여하면서 지식 접근에 불필요한 문턱을 낮췄고, 공공도서관의 활성화 정도는 선진사회 지수로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이 새롭게 일어난다. 지식을 무료로 전달하다 보니 콘텐츠 제작자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일회성 비용만 받고 다수에게 제공하다 보니 작가의 수익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말이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조차 곡당, 시간당 얼마씩으로 이용료를 내야 하지만, 도서관 책은 최초 구매비용을 제외하면, 아무리 많이 읽혀도 출판사나 작가에게 추가 비용이 전달되지 않는다. 

실제로 배우 겸 작가 명로진씨는 최근 「책을 쓰면 쓸수록 가난하다」라는 칼럼에서 “얼마 전 집 근처 도서관에 갔을 때, 내가 쓴 책을 발견했는데, 책이 새카맸다. 많은 이가 빌려 갔다는 증거다. 반갑고 고마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 책이 6개월 동안 몇 권 팔리지 않아 들어올 인세는 없었다”고 적었다. 많은 사람이 책을 구매해 보는 대신 빌려봤고, 그에 따라 자신은 이득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타 문화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출판시장 규모가 큰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공공대출권’(이하 공대권 )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책이 대여되면서 잃게 된 판매기회만큼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이미 전 세계 33개국이 공공대출권을 시행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 회원 36개국 중에서 공공대출권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홉 국가(그리스, 대한민국, 멕시코, 미국, 스위스, 일본, 칠레, 터키, 포르투갈 )뿐이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공대권 수혜 규모는 독일이 연 1,665만유로(약 213억원 ), 영국이 600만파운드(약 89억원 ), 프랑스가 1,170만유로(약 150억원 ) 가량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공대권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차례 논의가 있었고, 지난 3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하반기까지 공공대출권 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공론화 분위기가 일기도 했다. 

다만 시행이 어려운 것은 결국 예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개한 「공공대출권 도입 필요성에 관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수는 1,000여 개이며, 국민 1인당 장서량은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도서구입비(2017년 기준 985억원 ) 역시 선진국의 1/3가량으로, 도서관 인프라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콘텐츠에 신경 쓴다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나온다.

또 대출 빈도가 베스트셀러에 치중되기 쉬워, 유명 작가는 더욱더 부해지고, 무명 작가는 별 실익이 없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다만 이런 문제는 영국처럼 보상금 연간 상한선을 설정해 일정 부분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으나, 공공도서관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예산 증액에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공대권은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대학 도서관 등 각종 도서관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또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는데, 지난 9월 체결된 서울예술대학교와 월정액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의 전자책 서비스 이용 협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의 대학 전자책 서비스가 도서를 제한적으로 구매해 그 안에서 대출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그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그 수익이 출판사와 작가에 전달되는 모델이 적용된 것이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독서 콘텐츠를 이용한 만큼만 과금되고, 신간 업데이트 유지보수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더욱 합리적으로 전자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다”며 “출판사 입장에서도 최초 판매 시에만 정산을 받을 수 있는 기존 전자도서관 구조와는 달리 대여가 발생할 때마다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어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모델이 최선의 정답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최소 투입으로 최대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시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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