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조선 500년을 움직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선회화실록』
[포토인북] 조선 500년을 움직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선회화실록』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10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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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역사를 모른다. 왜? 학창 시절 시험 공부를 위해 암기했던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파편적으로 기억되서다. 그렇다고 무거운 역사서를 시간을 들여 찾아보기에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 그림으로 역사를 거슬러 가 보는 건 어떨까? 

그림으로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닌 미술학자 이종수는 그림과 실록을 오가며 조선의 체제, 왕권과 신권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그려낸다. 아울러 500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조선의 저력을 건국부터 파국까지 생생하게 펼쳐낸다. 

'태조 어진'. [사진=도서출판 생각정원] 
'태조 어진'. [사진=도서출판 생각정원] 

'태조 어진'은 태조 재위 당시에 그려진 원본이 아니라 1872년에 이모(移模)한 작품이다. (중략) 그림이 낡거나 상했다면 이를 이모하여 새것으로 모시게 된다. (중략) 앉은 자태만으로도 큰 키에 당당한 체구였다는 옛 기록이 사실임을 짐작할 만하다. 단정한 얼굴 윤곽선에 이목구비도 대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으나 희로애락을 드러내놓은 표정이 아니다. 가볍지 않았을 인물의 성품과 함께 표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지위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성계의 실제 모습일까? 혹여 미화한 부분은 없을까. 지존에 대한 경의를 담아서 말이다. 하지만 의심은 접어둬도 되겠다. 조선의 초상화가들은 '똑같이 닮게' 그려야 한다는 사명에 충실했던바, 비록 어진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분을 왜곡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17~19쪽>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사진=도서출판 생각정원]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사진=도서출판 생각정원] 

누가 봐도 이 지도의 제작자는 조선인이다. 우리 땅이니 그저 조금 크게 그려진 정도가 아니다. 거의 대륙 하나에 맞먹는 크기로 등장한 조선.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그 속마음을 담아낸 글이 있다. 무릇 옛 그림은 그 내력을 밝힌 글과 함께하기 마련이었는데 하물며 이처럼 의미 있는 지도이고 보면, 지도 하단에 발문을 적어 넣는 이는 권근. 이 무렵 중요한 '글'이 필요할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로서, 정종의 양위교서와 태종의 즉위 교서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33~34쪽> 

신숙주 초상. [사진=도서출판 생각정원] 
신숙주 초상. [사진=도서출판 생각정원] 

초상 속의 신숙주는 나이 서른일곱을 맞고 있었다. 당당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풍채 좋은 모습이다. 그의 이력으로 보아도 병약한 서생은 아니었을 테니까. 얼굴은 8분면 정도의 옆모습으로 그려졌으니 당시 초상화의 일반적인 예를 따른 것이다. (중략) 작품으로 보자면 공신의 명예를 드러내기에 부족함 없는 초상화다. 그려진 배경이 궁금하다. 
 부승지 신숙주 등은 함께 도모하고 의논에 참여해 대사를 도와 이뤘으니, 마땅히 정난 2등 공신을 칭하하고, 전각을 세워 초상을 그려 붙이고, 비를 세워 그 공을 기록하소서. 『단종실록』1453.11.4.
 공신이 책봉될 만한 1453년의 정난이라면 잘 알려진 그 사건이다. 계유정난. <76쪽> 

'순조순원왕후 가례도감 의궤 반차도'. [사진=도서출판 생각정원]
'순조순원왕후 가례도감 의궤 반차도'. [사진=도서출판 생각정원]

순조의 가례가 거행된 것은 1802년 10월. 아직 성년은 아니었으나 순조롭게 배필을 맞았으니 왕실의 안정을 기대할 만한 일이었다. 여기까지는 소년 국왕의,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결혼식 이야기다. 하지만 또 한 사람의 주인공, 두 대의 연 가운데 뒤쪽 연의 주인으로 인해 19세기 조선은 큰 파란을 겪게 된다. 이날을 계기로 안동 김문이 세도 가문의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으니까. 신부 탓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순원왕후 자신이야 정해진 운명에 따라 이 무거운 행렬의 주인공이 됐으리라. 하지만 그 뒤로는 새로운 외척으로 온 나라를 흔들게 될 집안의 욕망이 그림 속 행렬보다도 길게, 길게 이어지고 있다. <331~332쪽> 


『조선회화실록』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펴냄│436쪽│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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