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0대 女 '아직까지 회사원'인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출근길의 주문』
[리뷰] 40대 女 '아직까지 회사원'인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출근길의 주문』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08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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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겨레>에 공채로 입사해 현재 주간 영화전문지 <씨네21>의 편집팀장으로 일하는 이다혜 기자가 책을 냈다. 이름하여 『출근길의 주문』, 페미니즘 도서다. 

책은 "오늘도 기록을 갱신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처음 일을 시작할때만 해도 마흔을 넘겨 일하는 선배가 많지 않았기에 "기록을 갱신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 그는 "다음 세대의 여성들은 언젠가 지금 우리의 나이가 돼 일하면서도 '여자인 내가 너무 나이 들어서까지 일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기를 희망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책 앞면 저자소개에서 자신을 "아직은 회사원"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저자는 먼저 "여성이 분명하게 의사표현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며 그래야 억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충분히 암시했는데 이뤄지지 않은 요청들'을 쌓지 말라는 말이다. 이를테면 선의로 대하면 선의로 돌아올 것 같은. 그는 "말과 글을 분명히 하다 보면 어슴푸레 마음속에 있던 것이 또렷해진다. 그게 모든 일의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세상의 온갖 차별 속에 하나인 여성차별에 관해 저자 글을 쓰고 책을 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어 저자는 다수 여성이 사용하는 '쿠션어'를 지적한다. 상대 기분을 나쁘지 않게 에두른 의사표현으로 억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인데, 저자는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이 혼자 에둘러 말한다고 알아서 헤아려주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상대는 나중에 '그렇게 필요하면 분명히 말하지 그랬어?'라고 말한다"고 지적한다. '마법에 걸린 날'이 아닌 '생리하는 날'이라고 당당히 말하자는 것도 같은 맥락. 

차별에 관한 현실 충고도 권한다. '객관적인 척'하는 사람들 속에서 '차별'받는, 그래서 '상처'받는 여성에게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라고 권한다. 업무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여성은 문득 "내가 여자라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그러지 말라는 거다. 저자는 "내가 경험하는 부정적 피드백이 '차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정말 필요한 말조차 거부하게 되고 나 자신은 상처를 입는다"고 말한다.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건 업무 능력도 강조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거나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업무 능력은 필수. 하지만 무조건 성공한 사람,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견디라'는 말에 가까운데 저자는 "우리는 능숙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재능과 능숙함은 다르고, 후자는 무조건 꾸역꾸역의 나날이 필요하다. 버틴다고 뭐가 되지는 않지만, 그런 보장은 없지만, 재미없는 걸 참아내는 시간 없이는 재미가 오지 않는다"며 "프로가 된다는 것은, 꾸준히 단련하고 (최악의 상황에서조차) 일정한 아웃풋을 만들 수 있으며 자기 자신과 타인의 실력과 능력치를 가늠해 협업에 용이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선 여성에게 '사근사근함'을 강요하는 세상에 '뾰족'한 말을 던지는 저자. 그는 "뛰어난 극소수 여성만이 성공하기보다, 보통의 퍼포먼스를 내는 여성 다수가 지금보다 더 오래 일하며 더 높이까지 오르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고 전한다. 

『출근길의 주문』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288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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