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평화 노래한 ‘하이사이 오지상’ 키나 쇼키치를 만나다
[책 속 명문장] 평화 노래한 ‘하이사이 오지상’ 키나 쇼키치를 만나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09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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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1.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남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다를 건너면 밀접한 교류 위에 외교 관계가 돈독했던 한 나라가 있었다. 난파된 상대국 사람을 구조하면 서로 후하게 대접해 돌려보낼 정도다. 지정학적 위치를 살려 해상무역으로 번성했고, 한·중·일과 교류하며 고유의 문화를 이뤘다. 
이 나라는 1429년부터 1879년까지 450년간 류큐왕국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고 일본에 무력으로 병합돼 반강제적으로 ‘오키나와현’이라는 이름으로 편입됐다고,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일본 본토를 지키기 위해 버려지는 돌로 취급돼 지상전에 떠밀려 주민의 4분의 1이 죽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에 27년간 양도돼 군사기지가 잔뜩 세워졌으며 1972년 반환 이후에도 상황은 여전하다. 일본 본토의 정치인들에게 미일안보 관계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오키나와보다 딱 그만큼 중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으로 받은 상처의 계산서가 존재한다면 1609년, 에도막부의 사츠마번이 류큐왕국을 침략했을 때부터 그 액수가 400년간 갱신됐을 게다. 
그것도 매년. 

2.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키나 쇼키치를 이해하기 위한 퍼즐의 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그는 1948년생이다. 미국이 오키나와를 통치하던 시절에 태어났고 일본은 다른 나라라 생각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 살다 형무소에 들어갔는데 나와보니 ‘달러’ 대신 ‘엔’을 쓰고 ‘미국 시대’가 ‘야마토 시대’로 바뀌어 있었으며 13살 때 흥얼거리며 만든 ‘하이사이 오지상’이란 곡이 본토까지 퍼져나가 어느새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중략)

4. 
키나 쇼키치는 인간을 국가나 이념, 종교나 민족에 한정해 보지 않는다. 오직 개인이다. ‘위정자에게 의지하지 않는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오키나와인의 매력에 더해 제멋대로 살고 제멋대로 말하고 그 말을 온전히 책임지며, 미덕도 악덕도, 자본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모조리 받아낸 이 남자는 유쾌하고 씩씩하다. 
해서인지 나는 그의 나이를, 이력을 정리하며 처음 인식했다. 속사포같이 쏟아져 나오는 의견들, 고속으로 튀는 주제, 광범위한 테마는 때론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감정을 흔든다. 하나하나가 머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피와 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리라. 오직 인간 개인의 가치를 최고로 여기며 사람을 대하기 때문이리라. 
씩씩하고 유쾌하며 광범위한 키나 쇼키치와의 대화로 얻은 나의 즐거움이 온전히 독자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이 책이 키나 쇼키치 입문서가 된다면 나로선 목적 달성이다.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음악은 남는다. 

『평화 일직선, 키나 쇼키치를 만나다』
김창규 지음│생각비행 펴냄│216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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