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시장은 여성이 주도한다”... 요즘 주목받는 ‘페미니즘’ 도서
“도서시장은 여성이 주도한다”... 요즘 주목받는 ‘페미니즘’ 도서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11.0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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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책을 많이 사고, 읽고, 즐기는 여성. 그 ‘정도’를 두고 남성과 단순비교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지만, “도서시장은 여성이 주도한다”는 말이 출판계에 기정사실화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만큼 출판계에서 여성은 ‘큰손’으로 통한다.

실제로 대형 서점(교보문고 ) 구매자 성비를 봐도 여성(2019년 기준 여성 60% )이 남성(40%)보다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전자책 구매 역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른다. 월정액 도서 구독 서비스 업체 밀리의 서재를 봐도 여성(52.5%) 구독자 비중이 남성(47.5%)보다 높다. 이마저도 지난 8월 ‘챗북’(채팅형 독서 콘텐츠), 밀리LIVE(북튜버의 책 소개 콘텐츠) 등 신개념 독서 콘텐츠를 새롭게 도입하고,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등 추억의 만화 콘텐츠를 늘리면서 낮아진 ‘심리 장벽’에 남성 독자가 대거 유입된 수치로,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여(62%)/남(38%) 성비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출판가에는 ‘페미니즘’ 도서가 쏟아지고 있다. 올 한해 ‘페미니즘’ 키워드로 출간된 도서 수만 134종. 『82년생 김지영』의 경우 지난 10월 동명의 영화 개봉 이후 재조명되면서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다만 최근 페미니즘 도서는 약간의 변화가 있는데, 그간의 페미니즘서가 차별받는 여성을 위로하고 공감하거나 구호 제창 식의 이론서였다면 최근에는 ‘현실 조언’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도서가 이다혜 <씨네21> 편집팀장이 펴낸 『출근길의 주문』(한겨레 출판 ). 마흔이 넘기까지 결혼하지 않는 선배를 찾기 어려웠고, 이 나이까지 일하는 여자 선배가 많지 않아 현재 “(여성의 근로 기간 ) 기록을 경신하며 일하고 있다”는 저자는 “다음 세대 여성이 지금 내 나이가 돼 일하면서도 ‘여자인 내가 너무 나이 들어서까지 일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기를 희망한다”며 현실 충고를 전한다.

직장 여성에게 전하는 팁. 뭐가 있을까? 저자는 우리 사회의 ‘여성차별’을 기정사실로 간주하면서도 “그런 생각에 매달리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하는 부정적 피드백이 ‘차별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정말 필요한 말조차 거부하게 되고 나 자신은 상처를 입는다”며 “차별이라는 판단이 들면 증거 자료를 수집해라. 증빙서류로 쓸 가능성을 대비함은 물론, 때로는 내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출구 없는’ 기분이 다소 해소된다”고 말한다. 업무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되 차별을 배척하기 위해 할 것은 하라는 말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사근사근’함을 강요당하는 여성이 쿠션어(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하는 말 )를 사용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하는 현실을 ‘뾰족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일, 인간관계, 술자리, 여자가 바라보는 여자, 성공, 프리랜서의 삶 등에 관한 견해를 밝히면서 날카로운 충고를 던진다. 이를테면 “우리는 능숙한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재능과 능숙함은 다르고, 후자는 무조건 꾸역꾸역의 나날이 필요하다. 버틴다고 뭐가 되지는 않지만, 그런 보장은 없지만, 재미없는 걸 참아내는 시간 없이는 재미가 오지 않는다” 같은. 해당 도서는 주요 온라인 서점 여성 자기계발 부문 1위에 올라 관심받으며 “‘넌 잘하고 있어’ 식의 위로를 넘어선 현실 조언에 ‘소화제+사이다’급 통쾌함을 자아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음 책은 제주에서 서점 '책방무사’를 운영하며 글 쓰고, 노래하고, 영화 제작하는 요조 작가와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태도에 관하여』 등을 쓴 임경선 작가의 교환 일기를 담은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문학동네 )다. ‘아는 사람’이었다가 ‘편의상 친구’였다가 ‘정말 친구’가 돼 “서로에게 미친 듯이 뭔가를 써온” 두 사람은 교환 일기를 통해 생리, 섹스 등 일상에 관한 화제부터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법, 연봉 협상 법 등 일에 관한 주제까지 포괄적으로 아우르며 경제적 주체로 다부지게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출근길의 주문』이 살짝 ‘뾰족’하다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좀 더 둥글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마지막 책은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 ). 특히 동명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온라인 연재 후 누적 조회 수 40만 건을 돌파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는데,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에는 직장인 여성이 경험할 법한 다양한 상황을 귀에 착착 감기는 ‘착한 문장’으로 담겨 “생수 같은 책”이란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 온 제시카가 “나 노래방 안 간다고 하면 대표님이 기분 나빠할까?”라는 대목은 한국의 회식 문화에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남녀 간 성차별 요소를 크게 부각하지 않으면서 직장인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데, 그런 ‘구분’ 짓지 않음 속에서 평등한 존재로서 감당하는 직장생활의 ‘애환’이 오히려 ‘성 평등’이란 ‘페미니즘’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수록 작품 여덟 편 모두 작가가 회사 생활할 당시에 쓴 것들인데, 남성 독자도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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